•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대부분 조주빈 이름 공개… 사진 게재는 엇갈려

포토라인 선 다음날, 신문 1면 사진서 각 사별 내부 고민 엿보여

김달아 기자2020.04.01 14:40:59

미성년자 등 여성 수십명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지난달 25일 포토라인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전날 경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고, 범죄의 인적·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점, 국민의 알 권리, 범죄 예방’ 등을 들어 조씨의 이름, 나이, 얼굴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심의위 결정 이후 언론들도 일제히 조씨의 신상을 밝혀 보도하기 시작했다. 반면 SBS는 경찰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8뉴스’에서 조씨의 신상을 먼저 공개해 논란을 불렀다. ‘언론사가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논쟁을 넘어, 그동안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소극적으로 다뤄온 언론사가 신상 공개 보도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조정 SBS 뉴스혁신부장은 “신상 공개시 국민의 알 권리나 공익보다 피의자의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면 당연히 보도하지 않는다. 그날 편집회의에서 토론을 벌인 결과 공익이 앞선다는 판단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며 “조씨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잔혹한 성범죄를 저질렀다.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도 높은 상황에서 저희가 신중하게 고려해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가 포토라인에 선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자 종합일간지 1면 사진에선 이번 신상 공개에 대한 각 신문사 내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포토라인에 선 조씨의 얼굴을 강조해 1면에 실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천안함 10주기’를 맞아 희생 장병 46명의 영정 사진을, 국민일보와 서울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계가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이 긴급 대출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는 모습을 1면 메인 사진으로 전했다. 남도영 국민일보 신문제작총괄 부국장은 “경찰이 먼저 공개한 조씨의 증명사진을 전날(25일자) 1면에 작게 게재했다”며 “내부 논의 결과 조씨가 목에 깁스를 하고 포토라인에 선 걸 흥미성으로, 또다시 1면에 싣는 건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조씨가 아니라 그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대에 주목했다. 두 신문은 조씨가 검찰청으로 이동하기 위해 탄 차량 주위의 손팻말 ‘n번방에서 감방으로’, ‘공범자도 처벌하라’ 등이 강조된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이 사진에 조씨의 모습은 없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1월 마련한 ‘피의자 초상 공개의 원칙’을 이번 사례에 처음 적용했다. 안호기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피의자 얼굴을 1면에 내는 것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내부의 우려가 있었다”며 “특히 이 사안은 피의자 신상 공개보다 범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날 전경 사진에서 피켓 속 메시지가 그런 의미를 잘 전달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겨레의 경우 조씨의 실명은 밝히되 얼굴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5일자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자사 ‘범죄 수사 및 재판 취재 보도 시행 세칙’에는) 사회적 관심이 큰 범죄 사건의 경우 공인이 아니더라도 예외적으로 이름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조씨는 불특정 다수의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해 금전적 이득을 챙겼고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유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조씨의 실명을 보도하는 것이 공익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자 1면 사진도 이러한 내부 합의가 반영된 결과다. 임석규 한겨레 편집국장은 “내부 찬반 논쟁이 팽팽했다. 그동안 인권 보호 차원에서 피의자 이름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원칙이 흔들린다, 성폭력 범죄로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여서 우리도 밝혀야 보도가치가 있다 등 각 의견 모두 일리 있었다”며 “긴 논의를 거쳤고 저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고민한 끝에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얼굴 비공개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