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당시 기자들 월평균 휴일 3일… '주5일 근무'는 꿈 같은 얘기였다

[저널리즘 타임머신] (9) 기자협회보 1996년 3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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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 사회부에서 근무하는 박모 기자는 최근 자신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중2)과 함께 야구장에 간다’는 다짐이다. “우리 반에서 아빠랑 야구장 한 번 안 가본 애는 나밖에 없다”는 아들의 투정에 자신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혼 15년째인 박 기자가 여름휴가를 가족과 함께 동해안으로 간 것도 94년이 처음이었다. 결혼 초기에는 귀가 시간이 늦고 휴일에 남들처럼 외출 한 번 제대로 못 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건강에나 신경 좀 쓰라고 성화인 아내에게도 미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자협회보는 1996년 새해 들어 ‘기자문화 이것은 고칩시다’ 기획을 연재했다. 술 문화, 일본말 사용, 기자 조로(早老) 문제 등을 지적하며 기자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 3월9일자에 실린 시리즈 마지막회 <가정소홀>편에선 “기자들이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것은 대다수 기자들이 시인하는 바”라면서 “가장 큰 이유는 과중한 업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95년 12월 연론연구원이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기자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 19분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기자협회보가 전국 기자 4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업무상 이유로 한 달 평균 4일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협회보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서울지역 조간지의 경우 월평균 휴일은 3일이다.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은 사실상 휴일이 아닌지 오래”라며 “주5일 근무하는 회사가 늘고 있고 공무원들도 격주 토요 휴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추세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정에 충실한 기자상을 기대하려면 우선 과중한 업무시간, 휴일근무 등이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대다수 기자들을 주장한다”며 “언론사가 ‘가정파괴범’이라는 지탄을 더 이상 듣지 않으려면 최소한 노조에서 요구 중인 주1일 휴무만큼은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고 제언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자들의 일상은 어떨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언론인>에 따르면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 13분으로 24년 전보다 고작 1시간 줄었다. 다만 주 5일 근무가 자리 잡았고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상한근로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근무 일수 자체가 줄어드는 등 최근 들어 더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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