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51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이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언론계 인사, 수상자 및 가족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기자상은 1967년 뛰어난 보도활동과 민주언론 창달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기자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중견 언론인, 언론학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20여명의 심사위원회가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며, 전통과 권위 등 여려 면에서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상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한국기자상 심사엔 총 74건의 후보작이 올라 이 가운데 2019년을 대표하는 수상작 7편이 선정됐다. 대상 작품은 선정되지 못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아쉽게도 3년 연속 대상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지만 부문별 수상작들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훌륭한 기사들”이라며 “수상자들은 어려운 언론 환경 속에서도 치열한 기자정신과 사명감으로 언론의 본령을 잊지 않고 땀과 열정으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우리 사회의 등불이 되었다. 한국기자상은 여러분의 혼신의 노력에 대한 작은 보답이자 우리 스스로에 대한 격려”라고 평했다.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SBS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 의혹> 보도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약에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세포가 사용된 사실을 밝혀내는 등 안전성과 허가과정의 의혹을 선도적으로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안이라 대부분 언론이 공식 발표를 전하는데 그쳤던 반면에 의학전문기자를 중심으로 한 취재팀은 국제논문과 해외전문기관 등을 광범위하게 취재하는 독자적 탐사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방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검증> 보도도 같은 부문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증과 여론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 기사로, 아무런 기초자료 없이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을 추적하는 집요한 취재와 치밀한 추가검증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특히 부유층 부모의 자녀스펙 만들기 같은 공정과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 현실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대입제도 개편을 이끌어내는 등 파급효과가 지대했다”고 밝혔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4년 만에 수상작이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의 <라임 펀드, 美 폰지사기에 돈 다 날렸다> 보도로, 한국형 헤지펀드로 급성장하던 라임자산운용의 편법적인 자산운용 의혹을 최초로 폭로하고, 국제적인 금융사기에 휘말린 사실을 파헤친 경제 감시 보도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라임 사태는 지금까지도 대규모 환매중단 같은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해 7월 시작된 이 보도가 없었다면 피해는 더욱 눈덩이처럼 커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보도는 기획보도부문을 수상했다. 기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고 요양원에서 한 달 동안 일한 것뿐만 아니라 방문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심층면접과 설문조사, 그리고 방대한 분량의 정부 점검보고서를 일일이 분석해 노인 돌봄 실태를 총체적으로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취재에 들어간 놀라운 공력과 8개월에 걸친 장기 취재방식은 해외 탐사보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보적 시도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심사평을 내놨다.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보도도 기획보도부문 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중대재해 사망자 사고보고서를 전수 조사하고 한명 한명의 사연에 생명을 불어넣는 혁신적 시도를 통해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강렬한 울림으로 전했다”며 “특히 신문 1면을 1200명 사망자 이름으로만 채우는 파격적인 편집과 함께 개개인의 사연과 사고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함으로써 온·오프라인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성공적 뉴스 모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KBS의 <밀정 2부작> 역시 기획보도부문 상을 수상했다. 8개월에 걸친 장기취재를 통해 그동안 학계나 언론에서 거의 논의된 바 없는 일제 강점기 밀정 활동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보도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과거 역사다큐멘터리의 고루함에서 탈피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역동적 화면과 탄탄한 구성으로 뜨거운 시청자 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공영방송의 가치를 실현하고 저력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호평했다.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 보도는 지역 기획보도부문에서 수상했다. 심사위원회는 “박정희 시대의 종식을 촉발한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해온 부마항쟁의 실상을 항쟁참여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군 기밀문서 입수 등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이라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군 진압의 잔혹상과 군 사복공작소 투입 같은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하고, 부마항쟁 진압 경험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유혈진압으로 이어졌다는 연결고리를 찾아낸 성과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으로 재직 당시 순직한 故 조계창 기자를 기리기 위해 2010년 한국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해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조계창 국제보도상’ 수상작에는 한국일보의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 기업 파문>이 뽑혀 이날 함께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하 제51회 한국기자상(2019년) 수상작.
◇취재보도부문
△SBS 조동찬·남주현·노유진·배준우 기자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 의혹>
△동아일보 황성호·신동진·이호재·김동혁·장관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검증>
◇경제보도부문
△한국경제신문 조진형 기자 <라임 펀드, 美 폰지사기에 돈 다 날렸다>
◇기획보도부문
△한겨레신문 권지담·이주빈·황춘화·정환봉 기자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경향신문 김지환·최민지·황경상 기자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KBS 이재석·이세중·권순두·이정태 기자 <밀정 2부작>
◇지역기획보도부문
△국제신문 특별취재팀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
※제10회 조계창 국제보도상
△한국일보 고찬유 기자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 기업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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