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보도 무엇보다 정확해야…가이드라인 논의 필요"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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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13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관련 보도가 국민 불안과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감염질병 보도준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긴급토론회는 이러한 여론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감염증 확산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를 점검하면서 언론의 역할과 ‘감염질병 보도준칙(안)’ 제정의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감염병 보도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감염병 보도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사회재난과 달리 감염병은 의약적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특수성이 있어 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보도를 위해 반드시 보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컴학회가 만든 ‘감염병 보도 준칙’이 있지만 관련 법 개정 등 환경 변화가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 기자협회 주최로 좀 더 많은 기자들이 참여해 감염병 보도 가이드라인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도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성에 동감했다. 조 교수는 “김 교수님도 말했지만 언론은 감염병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자이자 감염병 위험의 프레임 설정자이며 감염병 위험 인식의 확산자, 또 국민 의견의 전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언론이 어느 정도 기준을 세우려면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언론 스스로 무엇을 잘하고, 잘못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염병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자살보도나 재난보도 관련 가이드라인과 달리 감염병 보도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나라가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말지는 기자들 내부에서 0부터 100까지 결정할 사안이다. 현재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과학기자협회 세 단체가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토론회에선 가이드라인 제정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자발적인 노력 역시 필요하다는 당부도 있었다.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인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 발생 보도 이후 약 열흘 지난 시점에서 이뤄진 국민위험인식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조사 결과 코로나가 일상을 뒤흔들었다는 응답이 열 명 중 아홉이었다. 특히 언론에 대한 신뢰는 방역기관이나 사고수습, 치료기관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감염병 확산 시기에 언론은 결코 민간 영역이 아닌 공적 주체가 된다고 본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언론이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면 국민 인식에 상당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며 “언론이 더욱 정확한 출처, 적확한 정보원에게서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훈상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출처 표기에 있어 외신이나 해외 학계 등 간단한 표현을 지양했으면 한다. 어떤 외신이 보도했는지, 또 어떤 학자의 어떤 논문인지를 정확하게 보도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정보를 정확하게 생산하는 데 있어서 가이드라인도 중요하지만 언론사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할 것 같다. 재교육이나 감염병 보도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에디터 역량 강화 등을 언론사가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조재희 교수도 “언론이 감시자로서 정부가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같이 다뤄야 하는데 지나치게 비판적일 때가 있어 우려스럽다. 경각심은 필요하지만 과거에 비해 어떤 부분을 잘 하고 있는지도 짚어줄 필요가 있다”며 “선정적인 보도나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보도도 우려스럽다. 사망자 1000명 ‘돌파’ 등 위중한 상황을 스포츠 경기처럼 보도하는 기사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교수는 “정보 제공 측면에서 언론이 어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높이 살 점이라고 본다”며 “정보 부족에 의한 불확실성과 정보 과다에 의한 불확실성을 놓고 봤을 때 위험한 건 오히려 정보 부족이다. 또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될만한 사안에 대해 언론이 팩트체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나 언론계에서도 자정작용이 일어나는 것 또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금숙 조선미디어(헬스조선) 기자는 “감염병 보도에 있어 중요한 건 정확성인데 신종의 경우 부정확한 것들이 많아 취재와 보도에 어려움이 있다. 결국 기자는 최대한 그 분야에서 가장 전문가에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어 기사를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보도 양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논란인데 물론 보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포심이 커질 수 있겠지만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본다. 메르스에 비해 이번 코로나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개인위생을 더 철저히 지키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동찬 기자 역시 “신종 감염병의 경우 부정확성과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그런 부정확성의 의도를 구분해야 할 것 같다. 순수한 조언임에도 시간이 지나 가짜뉴스로 판별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시청률이나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부정확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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