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뉴스가 저작권법 보호받는 건 아니다?

[저작권 행사 여부 세부기준 불명확]
뉴스는 논문 등과 다른 '어문저작물'
사상·감정 담은 독창적인 기사여야
현행법상 저작권 인정받을 수 있어

  • 페이스북
  • 트위치

한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A 기자는 지난해 정규보도로 다루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온라인으로 출고했다. 몇 달 후 그는 다른 회사 B 기자가 펴낸 책에서 자신의 온라인 기사와 전체적인 구성, 문장, 표현 등 여러 부분이 비슷해 보이는 글을 발견했다. A 기자의 회사 안에선 소송 등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 사안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일단락됐다. 만약 A 기자가 B 기자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먼저 뉴스 기사엔 법적으로 보장하는 저작권이 있다. 저작권법상 뉴스는 소설·시·논문·강연·연설·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에 속한다. 그러나 모든 뉴스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진 못한다. 이 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한다. 또한 제7조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5항)가 포함돼 있다. 두 조항에 따르면 ‘사실 전달을 뛰어넘어 사상과 감정을 담은 독창적인 기사’여야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뉴스별 저작권 행사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기사가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법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 관련 판례를 보면 법원은 저작권법 제7조 5항을 엄격한 잣대로 내세운다. 지난 2006년 9월 대법원은 한 신문사가 연합뉴스의 기사·사진을 그대로 지면에 게재한 것을 두고 ‘(복제한 내용 가운데) 단순 사실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의 정도를 넘어선 것만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시사 보도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간결하고 정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창작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저작권법 제7조 5항) 정도에 그친 것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저작권법과 위 판례를 A 기자의 사례에 적용해보면 그가 법정 공방 끝에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구나 A 기자는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다. 현직 기자가 생산하는 기사·칼럼·연재물 등은 ‘업무상 저작물’이어서 기자가 아닌 소속 언론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업무 중 쓴 칼럼이나 인터뷰, 기획기사를 묶어 책으로 낼 경우 회사와 인세 등에 대해 협의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편 최근 국내외에서 뉴스 저작권에 대한 관심도와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뉴스 저작권 보장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최신 판례에서도 이런 변화가 보인다. 지난 2013년 1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인터넷매체의 기사·사진을 블로그에 무단 전재한 사건에 “저작권법 제7조 5호는…단일한 사항에 대하여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하고 있어 그 자체로서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에 한정한다”면서도 “다만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보도기사라도 소재의 선택과 배열, 구체적인 용어 선택, 어투, 문장 표현 등에 창작성이 있거나 작성자의 평가, 비판 등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언론계에선 저작권법 개정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국내외 뉴스 저작권 판례분석 및 저작권 정책 동향 연구>는 “오늘날의 뉴스 저작권 보호는 기존에 비해 다소 확대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며 “뉴스 저작권의 보호를 위해서는 무리한 방법이 아닌 저작권 원칙하에서 정당하게 판단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하며 그중 하나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 규정’ 삭제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뉴스 저작권 신탁관리기관인 언론재단의 남유원 과장(뉴스저작권팀)도 “저작권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뉴스의 범위와 기준이 모호하다. 아직 관련 판례도 많이 쌓여있지 않다”며 “당장 언론사로선 뉴스 하단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라는 문구를 명시해놓는 것만으로도 저작권을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