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편집회의' 저널리즘 회복 마중물 될까

[MBN도 평기자 참여 편집회의 도입]
종편 자본금 사태 후 개선안 수용
내근 당직기자, 회의록 작성·공유

KBS·SBS 등 이미 제도 자리잡아
타 언론사로 개방 확산될 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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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MBN 보도국 편집회의에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보도국장과 부장 등 간부들만 자리했던 것과 달리 올해부턴 평기자도 매일 열리는 큐시트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날그날 내근 당직을 맡은 기자가 참여해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공유한다. 지난해 불거진 종합편성채널 자본금 편법 충당 사태와 관련해 기자들이 주장한 보도국 개선안을 사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MBN에선 ‘열린 편집회의’ 시행이 보도의 공정성을 높이고, 내부 소통을 원활하게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앞서 한국기자협회 MBN지회는 지난해 11월 성명에서 “보도국이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보도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뿐”이라면서 “공정 보도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편집회의 회의록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변화한 편집회의에 대해 박유영 MBN지회장은 “보도국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상징성이 크다”며 “평기자와 데스크들이 의견 나눌 기회가 생겨 소통 강화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편집회의를 주재하는 위정환 MBN 보도국장은 “회의에서 어떤 사안이 논의되고 어떻게 결정되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구성원들이 많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들이 직접 회의에 들어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아이템 선정부터 보도 방향 설정 과정까지 명쾌하게 알아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편집회의 풍경은 KBS와 SBS에선 자리 잡은 지 오래다. KBS는 매일 오전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기자협회장이 주요 내용을 정리해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게재한다. 양성모 KBS 기자협회장은 “참석자 발언을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회의에서 결정된 공지사항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라며 “회의록을 보고 ‘어떤 맥락이나 분위기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느냐’고 물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SBS에선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8뉴스부’ 소속 기자 4명이 번갈아가며 편집회의에 참석한다. 이들은 하루 2차례(오전·오후) 열리는 편집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기록한 뒤 내부망에 공개한다. 이 속기록은 ‘편집일보’로 불린다. SBS 한 기자는 “매일 올라오는 편집일보 열독률이 꽤 높다. 다들 출입처에 나가 있어 사내 상황을 접하기 어려운데 편집일보 덕분에 바로 알 수 있다”며 “특히 회의에서 누가 어떻게 말했는지 전부 담겨있어 보도 방향이 결정되는 과정, 기사가 ‘킬’되거나 밀린 이유 등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MBC의 경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해 2월 단체협약에 ‘조합원 누구나 편집회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면서 편집회의 문턱이 낮아졌다. 현재는 보도국에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MBC본부 산하 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준홍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편집회의 공개는 윗선의 왜곡 사례를 감시하기 위한 장치”라며 “누구나 언제든 편집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보도국 내부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중에선 한겨레신문이 평기자의 편집회의 참석, 회의록 공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젊은 기자들이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를 계기로 사내 불통 문제를 제기한 이후, 박용현 편집국장이 제시한 쇄신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당시 박 국장은 ‘소통과 참여 개선’을 위해 누구에게나 편집회의 개방, 편집회의 내용 공유 및 피드백 반영 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입사 10년차 이하 기자들로 꾸려진 ‘레드위원회’의 상임위원이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최근엔 이 같은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아도 편집회의 구성원 연령이 다양해지는 모습도 발견된다. 주 52시간 상한근로제 도입 여파로 예전과 달리 주 5일만 근무하는 부장들이 늘어났고,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일선 기자들이 대신 편집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종합일간지 차장급 기자는 “과거 편집회의는 주로 국장, 부국장, 부장들만 참여했지만 근로 시간이 줄어든 요즘엔 회의 때마다 차장 이하 기자 서너명은 들어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종합일간지 편집국장은 언론사 안팎의 환경 변화에 따라 열린 편집회의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또 언론계에서도 세대교체가 크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콘텐츠 방향을 설정하는 데 젊은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그 의견을 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먼저 저 같은 ‘꼰대’들이 이들을 편집회의라는 토의의 장으로 이끌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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