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법인분할 공식화... 전격 인사 단행

홍정도 대표 "중앙일보A와 중앙일보M으로 분할... 달라지는 건 프로세스 뿐"

홍정도 중앙일보·JTBC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5일 중앙일보의 법인분할을 공식화했다. ‘신문 제작’과 ‘디지털 콘텐츠 생산’ 분리를 업무 차원을 넘어 별도의 법인화를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천명이다. 역대 국내 레거시 미디어에서 이뤄진 디지털 혁신 시도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의 구조변화에 파장이 예상된다.

홍 대표는 이날 ‘2020 내일 컨퍼런스’에서 중앙일보 법인을 ‘중앙일보A’와 ‘중앙일보M’으로 분할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홍 대표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넌 것처럼 우리도 (법인)분할을 할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혁신과 맞물린 구조개편을 매년 진행해 오면서 중앙일보 일선 기자들의 신문 관여는 최소화된 상황이지만 이번 변화는 조직편제 차원의 개편을 넘어 아예 별도의 법인화를 전제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날 홍 대표가 밝힌 변화의 청사진은 ‘신문’과 ‘디지털’의 완전한 분리에 방점이 있다. 신문을 전담하는 중앙일보A, 디지털을 담당하는 중앙일보M은 대표이사와 편집인은 같지만 각각 별도의 수장을 두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홍 대표는 이와 관련 ‘중앙일보M에 속하는 기자들이 페이퍼 제작에 참여하는 인력을 0으로 수렴시킨다’는 발언을 했다. 중앙일보M의 경우 통상 디지털 기사 외 기존 JTBC가 3분 내외 동영상 뉴스 등을 제공해온 페이스북 채널 ‘헤이뉴스 Hey, News’를 본격 플랫폼화하는 작업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그동안 신문과 디지털을 나눠 해오긴 했지만 ‘그레이 존’이 있었다. 신문전담 인력이 있었지만 취재기자들이 디지털을 하면서도 관여를 안 할 순 없었다”면서 “(큰 그림은) 신문전담 조직 인력을 일부 충원해 표면적으론 아예 거기서만 신문을 만들고, 디지털 담당에는 대부분 취재기자가 소속돼 ‘신문제작을 안한다’는 원칙 하에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6일자로 전격 단행된 이날 인사 역시 기업분할을 염두에 둔 채 이뤄진 측면이 크다. 내부에선 전격적인 인사에 “당장 법인 분할은 아니지만 사실상 ‘신문’과 ‘디지털’에 완전히 벽을 치고 선을 그은 것”이란 평이 나온다. 이날 ‘2020년 중앙그룹 정례인사’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기존 ‘신문제작본부’를 ‘제작총괄’로 변경하고, 디지털을 담당하는 ‘뉴스취재부문’을 신설해 “각각의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한다. 

구체적으로 제작총괄 산하엔 ‘논설실’과 ‘편집국’을 둬 신문제작을 전담시키고, 뉴스총괄 아래엔 ‘뉴스룸’, ‘뉴스제작국’, ‘마케팅솔루션본부’, ‘뉴스플랫폼담당’ 부서를 둬 “뉴스 취재와 새로운 뉴스 스토리텔링 개발을 통한 신규 Biz를 전담”토록 한다. 뉴스룸은 “뉴스 취재 및 스토리텔링”을, 뉴스제작국은 “플랫폼 특화 콘텐츠 제작”을, 마케팅솔루션본부는 “디지털 뉴스사업 추진”을 한다. 뉴스플랫폼담당은 뉴스총괄 내 타 부서와 협업해 “기존/신규 플랫폼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이 같은 조직개편과 맞물린 중앙일보 주요 직책 인사 역시 함께 단행됨에 따라 김현기 국제외교안보에디터가 편집국장으로, 강주안 사회에디터가 뉴스룸국장으로 발령이 났다. 조주환 제작국장이 뉴스제작국장으로 인사가 났고, 고현곤 중앙홀딩스 그룹홍보실장 겸 회장보좌담당은 논설실장직을 맡게 됐다. 박승희 편집국장은 논설위원으로 가게 됐다.

중앙일보와 관련한 임원급 인사에선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 겸 JTBC보도총괄 겸 뉴스룸혁신추진단장이 중앙일보 뉴스총괄 겸 편집인 겸 JTBC 보도총괄을, 최훈 논설주간 겸 신문제작본부장 직무대행이 제작총괄 겸 논설주간을 맡는다. 이권재 JTBC 콘텐트허브 마케팅솔루션본부장은 중앙일보 마케팅솔류션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남궁유 중앙홀딩스 브랜드담당은 중앙일보 뉴스플랫폼담당 겸 중앙홀딩스 브랜드실장을 맡게 됐다. 이하경 주필 겸 제작총괄 겸 신문제작본부장은 주필로 인사가 났다. 

6일 에디터급 인사, 이후 팀장(부장)급 이하 기자들의 인사가 차례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드러내는 기자들의 수가 상당하다. 홍 대표는 ‘2020년 한해 KPI지수 최고난도를 중앙일보A에 주겠다’ ‘A건 M이건 다 중앙이고 달라지는 건 없다. 달라지는 건 업무프로세스 뿐’ ‘인적교류나 복지, 급여 역시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이번 개편의 방점이 디지털에 있다고 보는 다수 기자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향후 기업분할 작업이 본격 추진됐을 때 중앙일보 기자들 입장에선 근로조건의 큰 변화(관련기사: '중앙일보, 연말 대대적 구조개편 앞두고 술렁')를 겪을 수도 있다. 누가 중앙일보A에 속하는지 중앙일보M에 속하는지 문제가 닥친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지위가 정해졌을 때 신설회사 소속 기자들은 기존 단체협약으로 보호받지 못하게 되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여러 고민 끝에 '분사'가 아닌 '분할'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앞으로 양사의 독립적인 운영이 경영, 콘텐츠 차원 모두에서 가능한지, 실무적인 난점은 어떻게 해소할지 등 과제는 남아있다.   

중앙일보 또 다른 한 기자는 “일선 기자들 입장에선 어디로 가는지도 걱정이지만 한 출입처에 복수의 기자가 있는데 A와 M으로 나눠지면 불편한 동거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실무를 하는 데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뒤따를 것”이라며 “회사 꽤 다녔지만 ‘내일 컨퍼런스’ 시작하는 날에 이렇게 급작스레 인사가 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여러 선배 기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며 불편하기도 하고 ‘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 불안감도 크다. 기자들 분위기부터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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