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지진·미세먼지 기사도... "삐빅, 로봇기자에게 맡겨달라구"

[증권 넘어 스포츠까지 영역 확대]
서경·아경·이투데이·연합 등
수년 새 로봇기자 괄목 성과
자동화 넘어 AI 접목 시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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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유가증권시장은 전 주 대비 0.1% 상승하고 코스닥 시장은 0.2%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낙연, 흑사병, 진영, 안철수, 겨울왕국2 등 키워드를 많이 검색했다. 이 중에서 이낙연 관련 종목들이 주간 평균 수익률 23.5%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매일경제신문 증권·시황면에 로봇기자가 쓴 기사가 등장했다. 매일경제가 금융 인공지능 전문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로봇기자, ‘MK라씨로’가 쓴 인기 종목 분석 기사였다. 매일경제는 “신문 지면에 로봇기자가 쓴 기사를 게재한 것은 국내에서 매일경제가 처음”이라며 “매주 금요일자 증권면에 기사를 게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초 국내 언론사에 도입되기 시작한 로봇기자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지면에 진출하는가 하면 증권·시황에 머물렀던 영역도 스포츠, 부동산, 지진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4년여 전만 해도 언론계에 생소한 개념이었던 로봇기자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처음 도입된 로봇기자는 2016년 1월 파이낸셜뉴스가 이준환·서봉원 서울대 교수팀과 함께 개발한 ‘IamFNBOT’이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를 통해 증권·시황 기사를 송고했고, 당시 아시아경제 등도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현재는 로봇기자를 활용해 증권·시황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언론사가 늘었다. 서울경제신문의 ‘NEWS봇’을 비롯해 이투데이의 ‘e2BOT’, 조선비즈의 ‘C-Biz봇’, 전자신문의 ‘로봇ET’ 등이 전문 업체와 제휴하거나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로봇기자를 선보이고 있다. 경제지에서 로봇기자를 담당하고 있는 한 부장은 “로봇기자가 사람이 쓰는 것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며 “하루에 적게는 50건에서 많게는 80건까지 기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시황 외 스포츠 분야에서 로봇기자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2017년 8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 기사를 실시간으로 작성해 송고할 수 있는 ‘사커봇’을 선보였고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림픽봇’을 설계해 올림픽 기간 1200여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사커봇과 올림픽봇을 운영했던 서명덕 연합뉴스 기자는 “단순 경기결과 기사뿐만 아니라 실시간 속보, 일정변경, 경기종합, 메달랭킹 등 다양한 형식의 기사를 다채롭게 생산할 수 있도록 올림픽봇을 설계했다”며 “당시 페이지뷰만 24만회를 기록했다. 특히 패럴림픽 전 종목 경기 결과도 올림픽봇이 보도해 공익적 목적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일보 역시 지난 2017년 2개월간 프로야구 기사를 쓰는 로봇기자 ‘에이프’를 운영했다. 경기당 평균 20개, 하루 5경기가 열릴 경우 120~150개의 속보와 종합 기사를 쓸 수 있는 로봇기자였다. 진상민 대구일보 뉴미디어팀장은 “로봇기자를 활용하니 통신사나 스포츠 전문지와 비교해도 우리가 속보 경쟁에서 밀리지 않더라”며 “현재는 비디오판독 실시 등 KBO 정책이 바뀌어 버전 2.0을 개발하고 있다. 추후 다른 지역지에도 판매할 생각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로봇기자의 활동 영역이 좀 더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경제신문이 자체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한 ‘아파트 실거래가NEWS봇’이 한 예다. 강재희 서울경제신문 전략기획실 차장은 “주식의 경우 전문 업체에서 데이터를 구매했기 때문에 굉장히 정제돼 있는 데이터를 받을 수 있었는데, 부동산의 경우 공공데이터 포털의 표준방식(오픈 API)을 받아야 해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기사 틀은 8개인데 조건문만 32개가 들어갔다. 덕분에 현재 뉴스봇이 안정적으로 하루 70~120건의 아파트 실거래가 기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서도 기사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수차례 진행하고 있다. 김태균 연합뉴스 AI팀 차장은 “지진 기사나 로또 당첨 기사, 미세먼지 기사를 자동화하는 실험을 하고 있고, 기업 실적 공시 기사의 경우 국문뿐만 아니라 영문으로도 기사 자동화가 돼 있는 상태”라며 “자동화 외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앤씨소프트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콘텐츠 자동 추천이나 기사 요약과 정리 등의 분야에서 AI를 쓰는 방향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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