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편집상 대상에 김남준 <작은 사진> 동아일보 차장의 <밤 10시 수능 끝! 271쪽 점자 문제 다 풀었다·큰 사진>가 선정되며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지면엔 일반 텍스트가 아닌 점자 형식의 제목이 시도돼 호평을 받았다.
한국편집기자협회(협회장 김선호)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제25회 한국편집상 대상에는 동아일보 2018년 11월19일자 A2면, 김 차장이 편집한 지면이 선정됐다. 해당 지면엔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긴 시간 수능시험을 치른 시청각 장애인 김하선양을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다. 특히 기사 상단 제목엔 점자 형식의 제목이 시도됐다. 마치 점자의 입체감이 신문 지면에 실제 구현된 듯 오톨도톨한 요철의 느낌이 그래픽으로 표현되며 촉각을 시각화하는 도전이 감행됐다.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심사평 등에서 “편집 매너리즘을 벗고 독자 입장에서 문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대상 받을 자격이 충분한 작품”, “제목과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고 평했다.
김 차장은 11일 기자협회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과분할 뿐만 아니라 참 난감한 상이다. 신문에 점자 편집 한번 했다고 독자가 시각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을 바꿔놓았다거나 새로운 소통의 장을 넓힌 것도 아닐 것”이라며 “상은 저에게 더 큰 관심과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죽비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점자 제목’ 도전 과정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헤드라인은 정했지만 점자 표기법을 주변 누구도 몰랐다. 더불어 이를 어떻게 리얼하게 지면에 구현할지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일반 독자들이 18세 김양이 겪는 “실존적 조건과 인고의 도전을 간접적으로라도 겪어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시작한 도전이 난관에 봉착한 순간이었다. 김 차장의 시도는 임우선 기자가 김 양 부모로부터 헤드라인의 점자 번역본을 받아주고, 황준하 편집부장이 무거운 재량을 주면서, 또 김충민 디자인팀 기자가 솜씨를 발휘, 함께 해주면서 실현될 수 있었다.
김남준 차장은 “기사를 읽어보다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공부할 점자 교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었다"면서 “보통 장애인이 보통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 것 같다. 그런 사회로 한 발씩 나아가기 위해서 언론이 할 일과 편집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로 삼겠다. 그래야 상의 의미가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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