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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라며 출입정지,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면?

[언론계, 법무부 훈령에 반발]
인권보호 공보준칙과 달리
공개 가능한 조항 대거 삭제
‘깜깜이 수사’ 우려 낳아

강아영 기자2019.11.05 23:09:29

법무부가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을 두고 언론계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한 취지지만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알 권리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훈령을 보면 이전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과 달리 공개가 가능했던 많은 조항들이 삭제됐다. ‘수사공보’가 아닌 ‘형사사건 공개금지’가 원칙이 돼 △수사의뢰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등 수사 단계별로 공개할 수 있었던 정보가 모두 삭제됐다. 또 포토라인도 전면 폐지돼 수사 과정에 대한 일체의 촬영이 금지됐고, 검찰이 언론을 대상으로 하던 구두브리핑도 대부분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불기소사건이라도 수사가 종결되면 피의자와 죄명 등을 공개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 훈령에선 오보를 바로잡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만 불기소사건 공개를 허용해 ‘깜깜이 수사’ 우려를 낳았다.


종합일간지에서 법조를 담당하고 있는 A 기자는 “검찰 수사 보안도 중요하고, 사건 관련자들 인권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비공개와 정보 차단이 해답일지는 모르겠다”며 “바뀌는 훈령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공개가 예외인데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 양이 너무 제한적일 것 같다. 검찰 수사에 대한 검증이나 감시가 약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B 법조기자도 “새로운 훈령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피의사실 공표가 없어질지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정보 접근은 더 폐쇄적이고 제한적으로 변할 것 같다. 부작용은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한 출입기자가 기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한 출입기자가 기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문화됐던 조항이지만 이번 훈령에 다시금 포함돼 논란이 된 규정들도 많았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등 공인이라 할지라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실명을 공개할 수 있는 규정이나 전문공보관을 제외한 검사나 수사관은 담당하고 있는 형사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다는 규정이 특히 문제가 됐다. 무엇보다 가장 논란이 됐던 내용은 검사 또는 수사관의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낸 언론사는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오보의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오보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언론사 C 법조팀장은 “오보 규정이 이전부터 사문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만 보더라도 법무부가 처음에 다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가 후에 사실로 드러난 것들이 있지 않느냐”며 “그렇게 되면 출입정지를 시켰다가 나중에 다시 출입을 시킬 것인가.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출입정지 얘기를 하면서 사실일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출입제한 조치는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보가 명백하게 실제로 존재해야 검토가 가능하고, 조치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각급 검찰청의 장이며 의무사항이 아니라 재량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또 “오보 판단은 지금까지의 운영실무를 토대로 각급 검찰청과 검찰청 출입기자단의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기준이 합리적으로 마련되어 운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들은 오보와 관련해 검찰과 출입기자단이 협의를 하는 일은 없을 거라 입을 모아 말했다. 


한편 이번 훈령을 마련하는 과정도 문제가 됐다. 법무부가 관계기관이나 언론, 시민단체 등과 긴밀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훈령을 추진하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언론사 법조팀장들은 지난 1일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방문해 언론 관련 훈령임에도 법조기자단에 단 한 번의 설명회조차 열지 않은 점 등을 항의했다. 


법조기자단 관계자는 “오보 시 검찰청 출입 제한 조치나 검사 등 수사관의 언론 접촉 금지 등 ‘독소조항’을 폐지하고 또 다른 부적절한 조항에 대해서도 즉각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며 “그에 대한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주 안으로 법무부에게 답변을 달라 했고, 만약 수용되지 않을 경우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훈령을 계기로 기자단 내부에서 검찰 보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 언론사 D 법조팀장은 “법조기자들이 단독이다 뭐다 치열하게 취재 경쟁을 하지만 검사가 수사하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앞장서서 보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상당히 오래된 보도 관행이긴 하지만 왜 형사소송의 일개 당사자인 검찰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고 보도해야 하는지 이번 기회에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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