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장사'도 모자라… 이젠 기업이 낸 퀴즈 정답 장사하는 언론

포털 실시간 검색어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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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최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사태와 관련해 언론계의 ‘온라인 뉴스’ 품질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치·상업형 검색어의 ‘실검 장악’을 비판하는 한편에선 ‘어뷰징’과 ‘논란 장사’ 기사로 이 같은 움직임에 편승, 오로지 PV 올리기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여줘서다. ‘조국 국면’을 통해 언론개혁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포털을 단순히 PV 확보 창구가 아닌 공론장으로서 대하는 언론사의 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최근 몇 달 새 언론사가 포털을 대하는 방식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토스’의 실검 마케팅에 대한 언론보도였다. 토스는 하루 1~3개 기업 키워드를 ‘행운퀴즈’ 페이지 정답으로 제시했고, 이용자가 해당 키워드를 네이버 검색 후 자사앱에 입력하면 보상금을 주는 방식을 취했다. 언론사는 한 편에선 토스의 실검 장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며 반대편에선 ‘행운퀴즈 정답’을 담은 어뷰징 기사를 양산했다. 토스를 PV 올리는 용도로 적극 활용한 셈이다.


이와 관련 기자협회보가 ‘토스 행운퀴즈’를 키워드로 주요 종합일간지·경제지·방송사 32개 매체의 관련 기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2월20일부터 10월29일 오후 2시까지 총 1161건의 관련 기사가 나왔다. 특히 아시아투데이(297건), 서울경제(259건), 아주경제(159건), 이투데이(149건), 매일경제(93건) 등 경제지가 도드라졌다. 일부는 ‘토스의 포털 내 실검 마케팅에 대한 비판’, ‘토스가 현 방식의 실검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는 발표’, ‘국회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토스’ 등 뉴스였지만 대다수는 ‘정답’을 담거나 마케팅 기업을 홍보한 기사였다.


경제지 한 기자는 “문제고 부끄러운 일인데 효과가 있고 트래픽이 잡히니까 창피한데 못 끊는 것”이라며 “매일 데이터를 받아 트래픽이 떨어지면 질책당하는 파트도 있다. 그런 기사작성을 전담하는 팀은 편집국이 아니라 경영이나 마케팅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기도 한다.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래픽을 담당하는 기자라면 닥치는 대로 다 쓸 수밖에 없다. 좋은 기사 10개를 써서 1개가 터지고 이런 기사 10개를 써서 1개가 터진다면 어느 쪽이 쉽겠나”라고 덧붙였다.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등 SNS를 실시간으로 기사화하는 보도 역시 문제 사례다. 이런 뉴스는 정확한 수를 세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연예인 인스타그램 등을 출처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는 기사는 네이버에서 29일 오후 2~3시 불과 한 시간동안 총 143건이 확인된다. 특히 ‘연예인 인스타그램 보도’는 불필요한 논란을 조장해 한 개인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번 불거진 논란은 필연적으로 ‘악플’을 부르고 또 다른 ‘논란 보도’를 낳는 악순환에 빠트린다. 실제 고 설리씨가 사망하기 전인 지난 13일 이전까지 네이버에서 ‘설리’와 ‘+노브라’(해당 단어가 반드시 포함된 검색)로 검색된 기사 수는 총 1726건에 달한다. 설리법 등 입법 움직임이 이는 등 ‘악플’이 원흉으로 지목되지만 적어도 뉴스에 달리는 악플은 뉴스 출고 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 책임이 작지 않다.


연예 매체 경력이 있는 한 기자는 “여러 ‘설리 논란’ 보도가 있었는데 보통 그런 기사는 조회수가 잘 나온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그 외 저널리즘이나 기사 가치가 고려됐을 가능성은 없다. 실제 기자도 별 생각 없이 썼을 공산이 크다”면서 “그런 콘텐츠가 네이버로 나가 기사란 명목으로 유통된다. 매체는 기사 조회수를 올리고 포털은 트래픽을 올렸지만 독자에게 뭐가 남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앞선 두 경우는 포털과 언론이 맺은 관계의 방식, 무엇보다 언론이 포털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낸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언론사 입장에서 포털은 ‘PV를 얻는 가장 손쉬운’ 상수이자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존재할 뿐이고 디지털 전략 자체가 이를 기조로 실행돼 왔다. 기자들은 잘못을 알면서도 트래픽을 위해 행하는, 포털-언론 구조의 문제에 던져진 상태다.


꼭 ‘어뷰징’이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기자들은 실시간 마감과 기사 양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로 대표되는 변화가 언론계에 미친 영향이다. 제작관행도 달라져 출입처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보도자료 등을 정리하는 ‘출입처 기사’와 오프라인을 함께 해야 하는 처지다. 디지털 대응은 할 수밖에 없지만 기사 양이 늘어나면 질의 하락은 불가피해진다. 마감 사이클은 동일한데 취재시간이나 고민하는 시간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협회보가 조사한 지난 21일~24일 12개 종합일간지·경제지의 네이버 출고 1일 평균 기사 수<표>를 보면 언론사별 기자들이 지면기사 외 얼마나 더 많은 기사를 쓰고 있는지 개략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조사결과 1일 평균 네이버 출고 기사수가 가장 많은 신문사는 매일경제(799.25개), 한국경제(735.5개), 서울경제(699.25개) 등 경제지였고, 가장 적은 곳은 한겨레신문(145.5개)이었다. 대부분 지면기사가 네이버로 출고된다는 가정 하에 신문사별 네이버 전체 출고 기사 중 지면기사(네이버 ‘신문게재기사만’ 기준) 비율을 살펴보면 한겨레신문(51.03%), 동아일보(49.7%), 조선일보(48.63%)가 압도적이었다. 이들 매체에선 대략 기사 두 개 중 하나는 지면에 실린다는 의미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언론개혁 요구의 핵심은 그동안의 관행 개선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사안 가운데 ‘가랑비에 옷 젖듯’ 언론신뢰를 갉아먹어온 ‘문제적 기사’들이 있고 그 근간엔 포털을 PV 상승 수단으로만 보는 언론사의 관성이 자리한다. 이미 온·오프라인 콘텐츠의 질적 차이가 확연한 상황에서 포털을 공론장으로 바라본 언론사의 책임 있는 디지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Eye24팀의 ‘온라인 대응 기사’와 취재기자들의 ‘출입처 기사’로 온라인 대응을 하는 셈인데 초기엔 정말 기사를 많이 쓰다 현재는 줄였다. 급하게 쓴 기사가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있었고 기사 수를 줄여 (조회수를) 모으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온라인 기사는 특별한 일이 터지지 않는 한 하루 기사 수를 정해놓고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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