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포털 ‘다음’ 뉴스 서비스를 ‘개인화된 구독 방식’으로 전면 개편한다고 밝히면서 뉴스 서비스에 대한 “질서 있는 퇴각”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뉴스 서비스 전체를 구독 중심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두 대표는 “네이버 인플루언서 검색과는 많이 다를 것”이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네이버의) 언론사 구독 방식이 아닌 세상에 존재하는 (언론사 제공 뉴스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들이) 재구성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카카오톡이 아닌 카카오 계정 기반 서비스”이며 “그에 맞춰 새 플랫폼 준비에 착수한 상태”라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개인화된 구독’ 뉴스 서비스 출범이 기존 ‘다음’의 비즈니스 모델(BM)에서 뉴스가 빠지는 수순이라 진단했다. 언론계 A 관계자는 “‘다음’이 기존 뉴스 서비스 방식에서 질서 있게 퇴장하려는 첫걸음을 한 것 같다”며 “새 서비스 출범 후 뉴스를 특별히 고려치 않고도 갈 수 있겠다 판단되면 첫 화면에 뉴스를 배치하는 형태도 차츰 사라질 것”이라 해석했다. 이어 “리스크 때문에 일단은 뉴스를 가져가겠지만 구독 플랫폼 모델로 기존 뉴스 기반 BM을 대신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간 국내 포털에서 뉴스는 핵심 ‘미끼 상품’이었다. 그 자체론 수익이 나지 않지만 이용자를 지속 유입시켜 트래픽을 유발하는, 수익창출의 근간이었다. 포털이 전재료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원 규모 비용을 지불하고 언론사들로부터 제공받은 뉴스를 포털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을 유지해 온 이유다. 그런데 이번 카카오의 방침은 언론사 제공 뉴스는 물론 블로그 등 이용자 창작 콘텐츠까지 포함한 콘텐츠 서비스 골격 전면 개편이 골자다. ‘뉴스’ 기능을 ‘콘텐츠’가 대체할 소지가 크다.
‘개인화된 구독’ 서비스는 이미 카카오에서 제공되고 있다. 카카오 계정 기반의 카카오페이지, 브런치, 1boon 등이 사례다. 이들 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가 다양한 범주 콘텐츠를 올리고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매체 중에선 미디엄(Medium)이 구독 기반 플랫폼에 유료화를 도입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다만1boon의 운영방식을 보면 향후 새 플랫폼에서 뉴스가 처할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1boon에선 트렌딩, 동물, 스포츠 등 10개 분류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BBC NEWS 한국판 뉴스가 포함돼 타 부문 콘텐츠와 경쟁한다.
언론계 B 관계자는 “이미 카카오는 모바일 앱에서 ‘추천’ 탭을 ‘뉴스’ 탭보다 앞에 배치하며 여러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실험을 했다”며 “언론사가 플랫폼에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구독자를 유치해 운영한다면 막지 않고 수익 셰어도 하겠지만 전재료를 지불하고 언론사 뉴스를 쓰거나 정치적 부담을 안고 뉴스편집을 하는 건 더 이상 안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했다.
국내 ‘2위’ 포털인 카카오와 달리 유튜브와 경쟁 중인 네이버가 같은 결정을 단기간 내 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많다. 다만 언론계로선 ‘포스트 포털’에 대한 해법을 본격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제언이 나온다. 엄호동 미디어디렉션 연구소장(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은 “포털의 뉴스 출구전략 신호탄이 나온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여전히 다음 달 트래픽을 어떻게 올릴지를 고민하는 게 실상”이라며 “포털만 볼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과 미래전략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당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29일 향후 언론사와 전재계약 변경(해지 등) 가능성을 묻는 기자협회보 질문에 “구독 서비스 방향과 형태가 확정돼야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지금 미리 단정해 말하는 덴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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