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 리가…' 기자수첩 화제의 주인공

[인터뷰] 이현수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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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전화랑 카톡이 막 들어오더라고요. 큰 실수를 한 줄 알았어요.”


최근 이현수<사진> 전자신문 기자는 마감 후 쏟아지는 연락에 시달렸다. 그러니까 <예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 리가 없다>, <그래서 탈모가 왔다>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썼을 때였다. 해당 글엔 “예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어올 때는 ‘도를 아느냐’고 물어오거나 범죄와 연관돼 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 “거울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살을 빼보라는 의견에 25㎏ 이상을 감량했다 (중략) 갑작스레 살을 빼서 그런지 초기 탈모 증세가 왔다”는 문장이 담겼다. 자학의 유머코드에 독자는 화답했다. 포털과 SNS는 호의적인 댓글 일변도다. 그는 “‘힘내라’ ‘좋은 사람 생길 거다’ ‘여기가 민족정론지다’ 등 댓글이 아름다웠다. 세상은 참 따뜻한 곳”이라며 “재미있게 읽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글에서 풍긴 인상과 달리 사실 그는 멀쩡한 기자다. 올해 상반기 ‘게임의 순기능과 가치’를 강조한 기획보도, ‘넥슨 매각불발’ 특종으로 사내상을 받았다. 주목을 받은 기자수첩 역시 SNS를 통한 ‘피싱’ 문제를 지적하고 게임진흥을 위한 업계 혁신을 촉구하는, 진지한 주제를 다뤘다. 2013년 게임전문매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지난해 7월 전자신문으로 이직한 그로선 게임과 인터넷, 스타트업을 담당하는 현 직무에 충실해왔고, 이번에 좀 다르게 써봤을 뿐이다. 그는 “취재가 어그러졌고 뻔하게 들릴 주제였다. 지나친 엄숙함을 싫어하기도 하고 제 경험이 들어갈 때 좀 다르게, 새롭게 쓸 수 있을 거라 봤다. 데스킹을 잘 봐주셔서 나온 결과”라며 “‘왜 그리 자학을 했냐’고 하시는데, 아니다. 팩트를 그대로 썼다”고 했다.


기자수첩 후 반응은 여러 방식으로 왔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난 예쁘지 않았냐’며 항의(?)연락을 하기도 했다. 다시 그분이랑 잘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라고 잘라 말했다. 1985년생 기자는 이직 후 관(官)을 취재하며 최고점 당시 108~109㎏까지 늘어난 ‘술살’을 80kg대까지 뺀 상태다. 단, 갑작스런 감량에 초기 탈모 증세가 와 탈모약을 복용하고 있다. 기자를 옆집에 사는 누군가로 잘 상상치 못하는 시대, 기자 개인에게 쏠린 관심이 반갑다. 이 기자는 앞으로 바람을 묻자 “게임을 두고 극단적인 두 시선이 공전하고 있다. 그 논의가 겉돌지 않도록 역할하고 싶다”면서 “기자수첩에 들어간 사진은 90kg대 시절 사진이고 급하게 찍어 넥타이도 비뚤게 묶였다. 한 사람 장가보낸다는 차원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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