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불편한가요, 나만 부당한가요?... '프로 불편러 박기자'에게 오세요

[인터뷰] 박가영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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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된 책 <90년생이 온다>에선 90년대생의 특징 중 하나가 정직함이라며 관련해 ‘프로 불편러’의 등장을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프로 불편러는 사회 통념상 문제될 것이 없는 표현, 현상을 과대해석하거나 왜곡할 목적을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기는 이들이지만, 한편으론 불편함과 부당함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의로운 예민함을 지니고, 사회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바른 소리를 내는 프로 불편러들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992년에 태어나 지난해 머니투데이에 입사한 박가영<사진> 기자도 자신을 프로 불편러라고 칭한다. 주위에서 “조금 많이 예민하다”는 얘길 듣고, 그의 불편함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는 박 기자는 지난 4월부터 매주 일요일 ‘프로 불편러 박기자’ 코너를 온라인에 연재하고 있다.


박 기자는 “레깅스를 입고 요가학원을 다녔는데 남들의 시선이 느껴져 짜증이 났던 적이 있다”며 “‘불편한 시선’ 때문에 레깅스 착용이 꺼려진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을 모아 한 번 기사로 써봤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체헐리즘’을 연재하는 남형도 팀장 밑에 있다 보니 연재에 대한 열망도 있었고 온라인 부서 기자에겐 좋은 소재들일 것 같아 코너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애초 코너명은 ‘나만 불편한가요’였다. 특정한 인식이 나만 불편한지 독자에게 물으려는 의도였지만 ‘언니들 나만 불편해?’라는 여혐 표현과 비슷하다는 프로 불편러들의 충고를 듣고 코너명을 프로 불편러로 바꿨다. 그 뿐 아니다. 프로 불편러 기사엔 촌철살인 댓글이 많다. 영어 남발하는 한국 사회가 불편하다는 기사에 ‘머니투데이도, 프로 불편러도 모두 영어 아니냐’는 댓글이 달린 걸 보고 얼굴이 화끈거린 적도 있다고 박 기자는 말했다.


하지만 지적만큼이나 공감의 댓글도 상당하다. 노브라 논쟁이나 서점까지 진출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다룬 기사엔 댓글이 5000개 가까이 달리며 순식간에 공감과 논의의 장이 된다. 다른 기사에도 수백 개의 댓글은 기본, 커뮤니티에도 종종 기사가 퍼 날라진다. 박 기자는 “기사 한 회를 연재할 때마다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평균 4~5개의 편지도 온다”며 “욕하는 메일도 있지만 공감하는 글도 많다. 이런 것도 써달라며 제보하는 편지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독자들 반응은 뜨겁지만 한창 현장을 뛰어다녀야 할 기자가 이런 “소시민적” 기사를 써도 되나 하는 고민은 있다. 박 기자는 “이게 기사냐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다만 누군가에게 불편한 것들을 계속 짚어줌으로써 분명 인식이든 제도든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전동 킥보드 주차로 보행이 불편한 거리를 취재한 이후 전동 킥보드 전용 거치대를 설치한다는 보도자료를 받아본 게 한 사례다. 박 기자는 “사소한 기사지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제 기사를 읽음으로써 그 불편함에 공감하진 못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그런 불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다. 앞으로 더 좋은 불편을 지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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