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침몰 보도, 세월호 때보다 신중… 보험금 기사 지탄받기도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재난보도 준칙 얼마나 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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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현장에서 대한민국 정부 합동 신속 대응팀과 헝가리 구조대가 함께 수중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현장에서 대한민국 정부 합동 신속 대응팀과 헝가리 구조대가 함께 수중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인 33명을 태운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근처를 지나던 대형 크루즈선과 부딪혀 침몰한 지 6일이 지났다. 이 사고로 4일 현재 한국인 33명 중 9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됐다. 사고 피해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속과 다르게 실종자 수색작업은 아직도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사고 발생 직후 언론사들은 취재진을 꾸려 헝가리에 급파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에 있는 한국 기자는 대략 60여명으로 특파원을 포함해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 등 다양한 부서의 기자들이 유람선 침몰사고를 취재하고 있다. 외교부에선 기자들을 대상으로 현지 브리핑을 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숙소 정보를 제공하는 등 취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안전사고로는 전례 없는 규모에다 7시간의 시차까지 있어 기자들은 체력의 한계를 체감하며 현지 취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급작스런 출국으로 생필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챙기고 있다.


유혜림 TV조선 기자는 “한국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오전 9시가 현지에선 새벽 2시다. 새벽 2시부터 한국 9시 메인뉴스 방영시간인 오후 2시까지 계속 일하고 있다”며 “그 뒤에도 현지 저녁시간까지는 돌아가는 상황들을 확인해야 해 저녁 9시나 10시에야 잠자리에 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세계일보 기자도 “현지 정례 브리핑이 매일 오전 10시에 있는데 그게 한국 시간으론 오후 5시”라며 “전날 자정 전에 미리 초판 마감을 해놓고 정례 브리핑을 들은 뒤에 한 번 더 마감을 하고 있다. 6시간의 수면 시간만이라도 최대한 확보하려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된 취재 일정에도 세월호 참사 때처럼 무리한 취재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광일 CBS 기자는 “세월호 당시 자원봉사자로 현장에 있어 유가족 분들이 기자들을 얼마나 적대시하는지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며 “호텔이나 공항에서 일부 기자들이 사고 피해 가족에 접촉하려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신 분들도 있었지만 무리하게 질문을 던지는 수준은 벗어난 것 같다. 개인적으론 다른 참사 때에 비해 기자들이 덜 무리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언론사 차원에서도 사고 피해 가족들의 인격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취재 원칙을 기자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이재강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일차적으로 동의가 없으면 취재하지 말 것과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최대한 정중하게 취재할 것을 통합뉴스룸 회의 때 공지했다”며 “탑승자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무리하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행위는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BS에선 사고 초기 내부게시판에 피해 가족들을 배려하기 위해 ‘실종’이라는 단어를 지양하고 ‘구조를 위한 수색 중’으로 표현하라는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중앙일보, 뉴스 1 등 일부 언론이 사고 당일 ‘보험금’ 내용 등을 보도하며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보험’ 또는 ‘보험금’ 관련 내용이 들어간 기사는 총 209건이었고 그 중 제목에 보험금 액수를 명시했거나 내용에서 보험금 액수를 구체적으로 논한 기사는 총 25건이었다.


유람선 침몰사고 피해자와 가족 개인정보가 기자들에게 유출·공유된 점도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달 31일 행안부가 “피해자 및 가족의 개인정보가 지원 업무 처리과정에서 유출돼 송구스럽다”며 “유출된 개인정보를 공유하신 언론인들께서는 ‘재난보도 준칙’에 의거 피해자와 가족 등에 대한 취재·보도는 신중을 기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전의 재난보도 상황에 비하면 언론이 많이 신중해졌다는 데 동감했다. 이연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이후 언론 역시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인지 이번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보도에선 대체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너무 신중해져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답답한 측면도 있지만 재난보도는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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