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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북, 하노이 회담 실무팀 숙청’ 보도 진위 논란

‘김영철 노역형’ 보도 후 조선중앙통신엔 김 위원장 수행사진 올라와
통일부 기자들 의견 엇갈려… 조선, 처벌 조기종료 가능성 제기
‘근신중’ 보도된 김여정, 3일 김 위원장과 공연보는 장면 포착
해당 기자 “여러 곳서 크로스체킹한 사안… 오보 단정은 지나쳐”

강아영 기자2019.06.05 13:25:41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무자들을 숙청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조선일보가 혁명화 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했다고 보도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하노이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이 처형됐고, 김혁철과 함께 실무 협상을 담당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이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졌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협상 결렬로 충격 받은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 동요와 불만을 돌리기 위해 대대적 숙청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조선일보는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부위원장 역시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일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해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내보내자 조선일보가 ‘오보’를 했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적어도 김영철이 노역을 했다는 내용은 명확한 오보라고 본다”며 오보일 가능성을 90% 이상이라고 단언했고, 한겨레도 4일자 사설을 통해 “조선일보 보도가 명백한 오보로 밝혀졌다”며 “언제까지 이런 무책임한 보도가 계속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김영철이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고 보는 것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왕선택 YTN 통일외교전문기자는 “강제 노역이란 것이 몇 주 만에 다녀올 수도 있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김 부위원장이 4월10일, 11일 노동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했고, 그 이후 교화형을 갔다 왔다고 보기에도 기간이 너무 촉박했다. 강제 노역을 다녀와서 본인 자리를 지키고 공연 등에서 박수치는 사례도 제가 지금껏 관찰한 바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확인할 순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책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는 “김영철이 (통전부장직을 내놓고) 50일 동안 보이지 않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에 갔을 때도 수행에서 빠졌다”며 “최근 다시 등장함으로써 김영철이 권력 내에서 입지를 유지한 건 확인이 되지만 그게 이를테면 아무 이상 없이 계속 그 자리에 있었느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본다. 문책의 수준이 근신 정도냐, 조선이 쓴 대로 혁명화 조치까지 간 것이냐는 확인할 수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처벌은 받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오보 논란이 계속되자 조선일보는 4일자 5면 기사를 통해 김영철의 위상이 상당히 하락했음을 시사하며 그에 대한 검열과 처벌이 조기에 마무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관련 보도를 한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는 “김영철이 등장했다는 단순한 사건 하나로 전체 북한 내부의 사정을 평가할 순 없다. 하노이 회담 이후 관련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문책이 있었다는 흐름 속에 기사를 내보낸 것이고 여러 곳에서 크로스체킹을 한 사안”이라며 “지난 3월 말 즈음에 소식을 들었지만 확인이 안 돼 자료를 모아놓고 있다가 최근 노동신문 등이 숙청을 암시하는 문구를 쓴 것을 보고 기사를 내보냈다. 김영철이 등장했다곤 하지만 혁명화 조치라는 것이 짧은 기간에 끝났을 수 있고 북미 회담을 포기하지 않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처벌을 중단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오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다만 보도와 관련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근신 중이라고 했던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3일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처형됐다는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의 경우에도 처형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혁명화 조치를 당한 사람이 곧바로 원직에 복귀한 경우도 없고, 남한 언론이 보도했다고 해서 혁명화 간 사람을 불러내 공식 석상에 앉힌 사례도 없다”며 “보이지 않는다고 처벌받았다는 식의 사고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북한을 악마화했던 시각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북한 사회도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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