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주 회장 물러났지만… 아시아경제 내부선 의혹 규명 움직임

기자 5명 진상조사팀 꾸려… 조사 범위는 배임 의혹에만 한정
"드러난 언행만으로도 심각성 느끼지만, 여러 한계가 있다고 판단"

사측, KBS '최상주 보도' 다음날 1면 기사로 KMH 측 입장 내자
해당 1면 기사 놓고 기수별 성명 쏟아져… 결국 온라인서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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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주 KMH아경그룹 회장의 비리 의혹을 다룬 지난달 29일 KBS뉴스 <“최상주에 성접대 했다”>보도. /KBS1 캡

▲최상주 KMH아경그룹 회장의 비리 의혹을 다룬 지난달 29일 KBS뉴스 <“최상주에 성접대 했다”>보도. /KBS1 캡


아시아경제 기자들이 최상주 KMH아경그룹 회장의 배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이 제기한 “의혹의 중대성은 인지하지만 사실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키로 한 것이다.


4일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에 따르면 아시아경제 기자들은 지난 3일부터 최 회장의 배임 의혹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팀 단위 조사기구를 꾸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 관계자는 “KBS가 제기한 의혹의 중대성은 인지하지만 의혹 자체만을 믿고 단정할 순 없다고 판단했고, 사실이 아니라 치부할 수도 없다고 봤다”면서 “내부 자원을 동원해 전후좌우 상황을 살펴 우리들 스스로 판단해 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팀은 기자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의혹규명 작업을 전담하되 노조 집행부와 협업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단, 조사는 당초 제기된 배임·성매매 의혹 중 배임에 한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 팀에서 성매매 의혹을 살펴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드러난 언행만으로도 심각성을 느끼고 이 문제 역시 가볍게 보지 않지만 여러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아시아경제 최상주의 비밀>편 방영 후 아시아경제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이런 정서를 무시하고 아시아경제 경영진이 방송 다음날(5월29일) 1면에 <KMH “투자·M&A 모두 적법 KBS보도는 사실과 달라”> 기사로 KMH 측 입장을 전하자 기수별 성명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결국 이 기사를 온라인에서 내렸다.


당초 더 많은 면에, 더 많은 분량을 실으려 했지만 기자들의 지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 등은 KMH 측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이해는 하지만 논란에 휘말린 것은 맞고 기자들 입장에선 그 주장을 우리들 존재 이유 같은 결과물에 일방적으로 싣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었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아시아경제 지회,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 등 구성원이 참여한 5개 단체는 지난달 30일자 아시아경제 1면을 통해 유감표명과 의혹규명 의사를 밝혔다. /아시아경제 지면 캡처

▲한국기자협회 아시아경제 지회,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 등 구성원이 참여한 5개 단체는 지난달 30일자 아시아경제 1면을 통해 유감표명과 의혹규명 의사를 밝혔다. /아시아경제 지면 캡처


이날 사측은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당 의혹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었고, 기자들은 이후 총회 성격의 사원 모임 자리를 마련했다. 당일 모임 일정을 통보했는데도 40~5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의 여론은 지난달 30일자 아시아경제 지면 1면에 반영됐다. 한국기자협회 아시아경제 지회,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 아시아경제 여기자회 등 5개 조직은 이날 <‘최상주 회장 의혹’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성명을 통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의혹은 어디까지나 의혹일 뿐”이라면서도 “우리는 의혹의 내용이 매우 중대하고, 그 보도 자체만으로도 아시아경제의 명예와 신뢰를 현저하게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향후 전개 과정을 주시하는 동시에, 경우에 따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상식적·법리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나름대로의 규명 절차를 밟아 나아갈 것임을 밝힌다”고 했다. 이번 조사기구 구성은 이런 입장의 연장선에 놓인 것이다.


아시아경제 한 기자는 “기수별 성명, 5개 단체의 공동 성명에 지지와 응원 댓글이 계속 이어지는 등 구성원 전체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경영진이 그동안 사주 거수기 노릇한 것 아니냐는 여론과 함께 시스템 전반을 바꿔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KBS는 ‘시사기획 창’을 통해 최 회장의 배임·성매매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엔 KBS 뉴스9 ‘[탐사K]2초 간격 카드결제…최상주 회장 호텔비 대신 낸 듯’ 리포트가 전파를 타기도 했다. 최 회장은 ‘시사기획 창’ 방영 전 KBS를 상대로 법원에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시아경제 회장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사퇴 후 아시아경제 구성원에겐 ‘진심으로 여러분에게 설명하고 싶다. 격앙된 분위기가 지나가면 타이밍을 봐서 그런 자리를 마련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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