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뉴스 실시간 라이브로 전국화… 지역 방송, 유튜브서 영토 개척

지역 방송사들의 유튜브 성과·전략·고민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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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튜브를 통한 새로운 활로 개척에 분주하다. 지역 특색을 살린 콘텐츠를 선보이는 기존 방식에 덧붙여 실시간 라이브 방송 같은 시도까지 등장했다. 소비층을 구분한 콘텐츠가 직접 기획·제작된다는 점에서 고민의 수준 역시 단순히 지역 한계를 극복하려는 차원을 넘어선 모양새다. 수도권 매체와 비교해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이뤄낸 지역방송사들의 성과와 전략, 고민에 이목이 쏠린다.

지역 방송사 유튜브 구독자수와 주요 콘텐츠는?
기자협회보가 MBC 16개 지역사, KBS 18개 지역(총)국, 지역민방 9개사의 유튜브 채널을 조사한 결과(13일 오전 기준) KBS 6개 지역국을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1개 이상의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 지역사 40개, KBS 지역국 26개, 지역민방 14개사 총 80개 유튜브 채널이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관리 주체를 밝히지 않은 일부 계정도 확인됐다. 방송사·보도국 계정을 분리한 곳이 가장 많았지만 통합 운영하는 방송사도 적지 않다.


계열사별 평균 유튜브 구독자 수는 MBC 약 3만8078명, 지역민방 약 8342명, KBS 약 4853명 순이었다. MBC 지역사 구독자수 평균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KBS 지역국은 창원과 광주총국을 제외하면 채널이 아예 존재치 않거나 1000명 미만인 곳이 다수였다.


지역 방송사들이 내세운 콘텐츠는 지역만의 특색과 연관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지역뉴스·날씨정보 제공, 음식·여행지·명소·행사 소개, 지역연고 프로 스포츠팀 관련 콘텐츠, 지역 현안 토론회·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재방영, 과거 영상 업로드 등 범주 내에서 꾸려진다.


이를 기본틀로 지역 현실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이뤄진다. 특히 음식과 관광지, 프로 스포츠팀에 대한 콘텐츠가 선호된다. 예컨대 KBS 전주는 자사 방영했던 여행 관련 방송영상 클립으로 전주백반을 소개한다면 MBC 강원영동은 아바이순대를 설명한다. MBC 경남이 ‘NC다이노스 덕아웃 인터뷰’ 코너를 내세운다면 TJB는 ‘한화이글스’ 관련 스포츠 뉴스를 따로 모아두는 식이다.


지역 한계 넘고 실시간 라이브 방송까지 시도 중
최근 지역에선 이 같은 전형적인 방식을 넘어선 다채로운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미 상당 지역 언론에서 자리 잡은 실시간 유튜브 방송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사업단을 꾸려 본격 뉴미디어 지평 확장에 나선 광주MBC는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아 39시간 유튜브 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17일 ‘뉴스데스크’와 전야제, 5·18 사적지 답사 등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방송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30여년 전부터 최근작까지 다수 5·18 다큐멘터리와 자사 제작 프로그램 60여편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지역 방송으로서 한계를 극복기 위한 수단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려는 생각이다.


박병규 광주MBC 스마트미디어사업단장은 “시청패턴이 달라지며 과거 콘텐츠로 치부되던 것들을 사람들이 찾아보는 시대다. 자체 편성권이 없는 데다 기술적인 문제로 소화 못했던 부분을 타개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것”이라며 “기존 레거시 미디어도 이용자 관심을 못받는 상황에서 지역 단위 관심사는 (더욱이) 더 배제돼 왔는데 이를 전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MBC는 아예 고정 시간대를 두고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는 경우다. 지난 2일 목포MBC는 평일 오후 4시 매일 생방송되는 시사토크 ‘낭만항구’를 론칭했다. 정치인과 소방공무원, 가수, 지역민을 초청해 즐거운 입담과 함께 뉴스를 얘기한다는 취지다. “서울에서나 다뤄질법한 사안을 로컬 시각에 맞게 바꿔 전하는 걸 시도하는 과정”이라는 평이 나온다.


양현승 목포MBC 뉴미디어부 차장은 “‘손혜원 뉴스’ 당시 구독자수가 2000여명에서 2만2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우리가 트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찾는 게 뉴스란 생각을 하게 됐고, 유튜브에서 이뤄지는 것과 TV가 뉴스를 전하는 방식이 별개란 걸 느꼈던 계기”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후 이탈률도 상당했다. 특정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이 있다는 걸로 해석했고 고민결과가 권역이 없는 라이브 방송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세대 잡기 안간힘
운영은 ‘평시(?)’를 전제로 계획돼야 한다. 앞선 목포MBC 사례처럼 수도권에서도 먹히는 뉴스는 지역 방송사 유튜브 구독자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올해 안동MBC(‘예천군의회 해외연수 추태’), 대구MBC(‘황교안 전 총리 공직자 윤리 위반 의혹’) 보도도 여기 포함된다. 하지만 이는 특수 사례다. 지속가능한 관리는 소비층을 명확히 분석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신설된 KBS 광주총국 뉴미디어추진단은 세대별 2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KBS광주’ 채널로 기존 TV시청층을 유도한다면 ‘플레이버튼’ 채널은 “TV에서 멀어져 가는 1030세대를 사로잡는 역할(KBS사보 679호)”을 맡는다. 실제 ‘KBS광주’ 유튜브 채널 이용자 중 35세 이상이 80~90%라면 ‘플레이버튼’은 반대다. 지상파 콘텐츠를 아예 걷어내고 밀레니얼 세대 최대 관심사인 진로, 취업, 연애, 여행 등 오리지털 콘텐츠(‘학과탐구생활’, ‘겁없는 여자들’, ‘전라도 출신 연예인’)를 선보인다. 팀 구성 역시 팀장 1명, 촬영기자와 엔지니어 각 1명, 웹제작 인력 2명 등 젊은 연령대에 대학생 협업을 가미한 형태다.


김기중 KBS광주 뉴미디어추진단 팀장은 “초반 팀원들 공통의견이 ‘탐사K’ 이런 식이 아니라 KBS색깔을 아예 빼자는 거였다. 젊은 세대에게 KBS는 공유하면 ‘인싸’가 아닌 이미지였다.  KBS색깔을 지운다는 취지로 채널이름을 정했다”면서 “본사 ‘지역방송 활성화 시범 서비스 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면서 고민이 많다. 저희 실험이 추후 9개 총국에 잘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 어필할 영상문법으로 재구성, 익스플레인드 콘텐츠로 바꿔 내놓는 케이스도 있다. KBS전주는 뉴스 채널을 통해 ‘전북이슈를 쉽게 설명’하거나 ‘심심할 때 보는 뉴스’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KBC광주방송 역시 ‘하와이(HOWHY)’, ‘두바이(DoBuy)’처럼 뉴스 “20대를 위한 뉴스 휴양지”, “경알못을 위한 최소한의 경제상식”을 표방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5060세대 취향 저격한 음악 콘텐츠
그렇다면 본래 지역방송사들의 주요 시청자로 꼽히는 5060세대를 위한 콘텐츠는 있을까. 뉴미디어 담당 실무자들은 음악 콘텐츠를 한목소리로 꼽았다. 채널 유입과 콘텐츠 시청, 구독자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조사결과 음악 콘텐츠는 상당수 지역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서 공연실황 클립, 음악재생리스트, MBC ‘가요베스트’ 콘텐츠 등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음악 채널을 별도로 만든 곳도 있다. 특히 MBC 지역사들이 적극적이었는데 ‘여수MBC music+’ 채널 구독자수는 웬만한 수도권 매체 구독자수를 능가하는 15만7643명이었다. 목포MBC의 ‘목포MBC가요센터’, ‘이것이 노래다’ 채널은 각각 3만9004명, 6270명이다. MBC충북은 공식계정 내 ‘트로트 부활 프로젝트’란 제목 코너로 트로트 방송을 영상클립으로 제공한다.


핵심은 ‘트로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다. 최근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 시청률로 트로트에 대한 5060세대 관심이 가시적으로 확인됐다면 지역 방송사는 이 영역에 대한 수요를 일찌감치 확인하고 있었다. 지역 뉴스가 평균 수십~수백회, 대박이 났을 때 수천~수만회 뷰를 기록한다면 일부 인기 트로트 가수 공연실황은 기본 수만~수십만 단위다. 얼마 전 MBC충북 프로그램 ‘더트로트’에 나온 가수 송가인씨의 한 유튜브 콘텐츠는 40만(14일 기준)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2030세대를 잡으려는 언론사들의 디지털 혁신 가운데 배제된 4050세대 콘텐츠 수요를 방증하는 측면도 있다.


지역사들의 도전은 고무적이지만 열악한 여건 아래 일부 기자들의 노력으로 거둔 성과란 한계가 있다. 상위권 유튜브 구독자수를 기록한 지역 MBC 한 기자는 “전담부서도 없는데 방송 후 30분 이내 영상을 올리도록 구성원들이 역할을 배분하고 협조해 거둔 성과다. 타 지역보다 유튜브를 먼저 시작해 가능했다”며 “인력과 예산, 시간이 없어서 쉽지 않다. 타 지역사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비슷한 구독자 규모의 지역민방 한 기자는 “처음 유튜브 계정을 만든 PD가 보이는 라디오 등을 하며 현재 규모가 된 걸로 안다. 페북은 그나마 잘라 올리는데 유튜브엔 방송뉴스를 그대로 업로드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조회수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기존 일에 가욋일이 되다보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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