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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 기획, 누가 딱 밟고 가기 좋게 쓴 기사죠”

데이터 분석해 ‘20대 남자 현상’ 보도… 천관율 시사IN 정치팀장

최승영 기자2019.05.01 13:48:10


“‘20대 남자 현상’은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베’ 분석 때랑은 다릅니다. 좀 더 좁혀진 다음에 할 수 있어요.” “시간 빼줄 게 하자.”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천 팀장, 하자.” “네.”


또 다시 논란이 일었다. 왜 아니겠는가, 천관율<사진> 시사IN 정치팀장이 기사를 썼는데. 데이터로 사회현상을 분석한 이 ‘스타 기자’의 글은 번번이 그래왔다. 1·2부가 나가고 이번에도 SNS에선 상찬과 비난, 극단의 평이 들끓었다. 앞서 편집국장에게 천 팀장이 한 말은 “가설부터 만들어 나가는 탐색적인 조사”라는 기사 표현처럼, 이번 기획의 한계를 자인한다. 심지어 시사IN 606호 <20대 남자> 기획 마지막회 3부 말미엔 “이 긴 이야기는, 아마도 여러 군데가 틀렸다고 결론 날 것”이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그러니까 천 팀장은 이번에도 ‘단단한 팩트 담기’를 주된 목표로 하지 않는 기사를 썼다. 대신 ‘생산적으로 반증 가능하게 틀리’려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림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말대로 “누가 밟고 가기 좋게 쓴 기사”라 할 만하다. “저널리즘 교과서에 따르면 이런 기사는 쓰면 안 되죠. 고전적 의미의 팩트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단단한 사실에 이르는 과정을 저널리즘이나 아카데미 필드 전체가 같이 하고 우린 일부를 담당한다면 좀 덜 단단할 때도 쓸 수 있지 않나라는 거고요. 다만 근거를 충실하게 제공할 의무가 있는 거죠. 밟으면서 한 발 더 가고, 쌓이면서 이해 수준이 깊어지게요.”


‘20대 남자 현상’은 폭탄이다. 독자적으로도 폭발적인 ‘젠더’와 ‘세대’ 문제가 겹쳤다. 대통령 지지율이 빠진 집단으로 파악되며 여의도, 청와대의 관심까지 더해진 터다. 아이템 선정 이유는 충분하다. 단, 방법론은 좀 의외다. 설문조사 방식. 한국리서치 정한울 연구위원과 지난 1월말부터 설계에만 6주를 들여 208개 문항을 만들었고 3월말 웹조사를 실시했다. 19~29세 남녀 500명, 30세 이상 남녀 500명이 참여했다. ‘일베’, ‘한국남자’의 사고체계를 의미망 분석한 경험 등이 있으면서도 굳이 가장 기초적인 단계를 밟기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했다. “‘일베’때랑 다르게 컨센서스가 없더라고요. ‘공정’, ‘젠더’, ‘저성장’ 등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게 다 달라요. 그래서 다 묻기로 한 거죠. 브레인스토밍하면 정 박사님이 다음 미팅 때까지 정립된 문항을 찾거나 창작해 오시는데, 그 사이 다른 ‘가설’이 또 생각나잖아요. 좁혀져야 되는데 만날 때마다 자꾸 문항이 추가되니까 굉장히 오래 걸렸죠. 기사에 쓴 문항은 50개는 되려나. 죽을 뻔 했어요.(웃음)”


기획은 이들에 대한 기존 여러 설명을 기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정치적인 보수화, 유난한 여성혐오, 공정성에 대한 애착 등 태도가 20대 남자의 유난스러운 특징이란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현상은 ‘권력이 남성을 차별한다는 인식’을 핵심으로 ‘반페미니즘 정체성’을 엔진으로 작동하며, ‘세대 계약 붕괴’가 근원에 있다는 결과다. 이 가운데 매우 충격적인 숫자도 등장한다. 이를 테면 25.9%. ‘페미니즘은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 왔다’ 등 페미니즘에 대한 매우 무난한 서술을 담은 6개 문항 모두에 5점 척도(-2~2점) 중 최하점을 준 20대 남성 비율이 이렇다.


“저는 여성 쪽에 +12점 그룹이 거의 없다는 데 놀랐어요. 남성 -12점 그룹과 여성 +12그룹, 쌍방이 같이 올라가고 있다고 봤는데 아니었거든요. 기사가 나가고 20대 여성도 써달라는 말이 많았어요.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일 텐데...애초 문항이 20대 여성을 위한 작업가설이 아니라 그걸로 쓰는 건 존중하는 방식이 아닌 거 같았습니다. 따로 질문을 받아야 할 세대 성별이란 생각은 들더라고요.”


2008년 기자생활을 시작한 천 팀장은 언론과 학계의 경계에 놓인 기사쓰기로 꾸준히 사회현상을 조망해왔다. “사람 만나면 기 빨리는 타입”이라 고안된, ‘줌 아웃’ 방식은 어느덧 고유의 스타일이 됐다. 이 현상에 대한 이해는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상태다. 천 팀장은 다시 분석 하나를 던졌고, 이를 밟고 나아간 어떤 답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항상 세대론을 조심해야 된다고 보는 편이에요. 조사를 해보고 ‘20대 남자’라는 말은 거의 안 쓰게 된 거 같아요. 제일 궁금한 것 ‘세대효과’냐 ‘연령효과’냐인데 둘 다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고요. 아직도 이 세대를 안다는 느낌은 없어요. 기각한 걸 빼고 추려서 2차 서베이와 인터뷰를 하면 그루핑(grouping)을 하고 뭘 물을지 가설을 세울 수 있겠다 정도?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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