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편견 심한 한국… 정상·비정상으로 가르지 않는 사회 됐으면"

[국제 필름 페스티벌서 인정받은 기자들]
'나는 미혼모' 보도 플래티늄상, 김도영·박혜진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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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에서 이 보도에 상을 주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난 13일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나는 대한민국 미혼모입니다·사진> 기획 보도로 플래티늄상을 받은 김도영 KBS 기자는 수상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김 기자는 “보도를 잘 해서라기보다 한국 수준의 경제 규모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떻게 저렇게 어려운지, 정책의 부재가 신기해 주는 상인 것 같다”며 “반가운 상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기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성 관념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뿌리 깊다. 아이를 키우자고 마음먹었을 뿐인데 ‘문란한다’ 등의 욕설이 날아들고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는다. 입양 제도는 잘 돼 있지만 직접 키우려면 구청, 주민센터 어디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김 기자는 “2017년 출산 후 복직을 하고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면서 자연스레 아이에게, 미혼모에게 눈길이 갔다. 그렇게 취재를 시작했고 지난해 미혼모 특집 보도를 했다”며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애를 썼다. 대부분의 관련 보도가 미혼모가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그에 비해 아이는 얼마나 예쁜지 보여주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었다면 우리 보도는 최대한 건조하게 가기 위해 일주일에 걸쳐 정책의 부재를 열심히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의 도움은 큰 자산이 됐다. 협회를 통해 수많은 미혼모를 만났고 수없이 인터뷰를 요청했다. 취재에 두 달여가 소요된 건 미혼모들에게 진심을 보이고 민낯을 보여줄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함께 상을 수상한 박혜진 기자와 촬영기자들의 공이 컸다. 김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미혼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정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비정상 가정에 사회적 약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식으로 굉장히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걸 느꼈다”며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이 문제를 다뤄보고 싶다. 한편으론 동정심을 자극하는 보도보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정상과 비정상을 없애는 보도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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