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플랫폼, 허위정보 거르고 표현의 자유 살릴 묘안은 없나

[해외 플랫폼 규제 목소리, 해법은] ①규제 둘러싼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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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뭘까. 답은 예상했듯이 ‘유튜브’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 간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총 이용 시간이 317억분에 달했다. 10대가 86억분으로 가장 길었고 50대 이상이 79억분으로 뒤를 이어, 세대를 망라하고 유튜브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다. 사용자가 늘어나며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주도하고 있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영상 광고 매출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각각 1169억원, 930억원으로 점유율이 73.1%에 달했다. 네이버는 249억원, 다음은 164억원에 불과했다.


영향력만 커지는 게 아니다. 그에 비례해 규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을 비롯해 일부 전문가 집단에선 막강한 영향력만큼이나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며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 해소, 허위조작정보 확산 방지 등이 주 이유다. 반면 일각에선 정부 주도 규제의 역효과를 걱정하며 자율 규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어 해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한 형국이다.

◇‘가짜뉴스 소굴’인가 ‘표현의 장’인가
허위조작정보는 그 중에서도 해외 플랫폼을 규제해야 할 1순위 이유로 꼽힌다.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 ‘5·18 북한군 개입’ ‘JTBC 태블릿PC 조작’ 등의 내용이 지속적으로 방송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개인의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책현안은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가 나돈다”고 말한 이후,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를 구성하고 관련 법안까지 발의하며 규제 입장을 내비쳤고, 일부 전문가들도 일정 부분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유튜브의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의 시청기록을 분석해 관심 있는 영상을 계속 추천하기 때문에 확증편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허위정보에 탐닉하게 된다”며 “이제 우리도 플랫폼에 의무를 부과해 허위정보 유통을 저지하고 그것을 조작해내는 유튜버도 규제해야 마땅하다. 가짜뉴스의 속성은 치고 빠지는 게릴라처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가짜뉴스 소굴’을 소탕하려면 허위조작정보 유통금지법을 제정해놓고 유명 유튜버든 플랫폼이든 위법 사실이 적발됐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과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수의 언론학자와 시민단체는 해외 플랫폼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혐오표현과 달리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와 범위는 모호해 사실 여부를 따져 ‘허위’를 밝히기도 어렵거니와 ‘조작’ 여부는 더욱 판단하기 어려워 어떤 콘텐츠를 허위조작정보로 볼 것인지 논쟁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판단을 누가 어떤 절차를 밟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뜨겁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허위정보를 쉽게 구분할 수도 없을뿐더러 시민 개개인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허위정보의 내용도 달라진다”며 “게다가 우리가 정보 환경을 구성할 때 나쁜 말들이나 얼토당토않은 주장들도 수집하는 성향이 있다. 만약 시민들이 그런 정보를 스스로 검증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할 법적 근거도, 시민적 합의도 없이 국가가 나서 플랫폼을 규제하게 되면 국가의 사적 영역 침범, 여론 형성 개입이 될 수 있다”며 “그런 일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시민 자율에 우선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마련 or 폐지…비대칭 규제 해소 다른 해법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통상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가 원칙임에도 해외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가 오히려 국내 플랫폼들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논리에서다. 특히 비대칭 규제 해소는 여러 층위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통합방송법에서부터 망사용, 빅데이터 독점, 세금 문제까지 다양한 규제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역차별 해소 자체가 정당한 입법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엄격한 규제를 만들어놓고 그게 해외 플랫폼에는 비대칭적이라면서, 높은 수준의 규제를 모두에게 적용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먼저 적정한 규제인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과도한 거라면 세계적 기준에 맞춰 규제를 완화하는 식으로 역차별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며 6월까지 망 이용 관련 규제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논쟁이 치열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수백억원 단위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비해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이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하면서도 국내 통신망에 무임승차해 왔다는 지적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한 것인데, 그 실행 가능성과 공익적 효과에 의구심을 던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업체에서 망 사용료를 징수해서 도대체 누가 득을 본 건지 알 수가 없다. 통신비가 낮아져서 소비자가 득을 본 것도 아니”라며 “규제라는 건 권리를 제한하고 없던 의무를 부과하는 거다. 그러려면 공익적 효과가 분명해야 하고, 공익적 효과가 의심스러운 규제는 오히려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역차별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규제가 해외 플랫폼에 직접적으로 적용되기 힘들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불평등 경쟁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공익적 효과도 없고, 결과적으로 국내에만 적용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만드는 국내 규제들은 없어져야 한다. 규제 필요성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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