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퍼진 '예천군의회 추태 보도'… 지역사 가능성 확인"

이정희 안동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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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발표 난 이달의 기자상(2019년 1월) 취재보도부문에 안동MBC가 이름을 올렸다. 주로 중앙언론사가 출품하는 해당 부문에 지역언론사가 선정된 것은 2006년 이후 13년 만이다.


안동MBC는 지난해 말 해외연수를 다녀온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현지에서 가이드 폭행 등 추태를 부린 사실을 올 초 단독 보도했다. 이어 폭행당한 가이드 인터뷰,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현지 911 신고전화 녹취록도 가장 먼저 보도했다. 중앙언론들은 안동MBC 보도를 인용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인구 5만여명의 소도시 지방의원들이 벌인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보도의 여파도 컸다. 예천군의회는 물의를 일으킨 의원 9명 중 2명을 제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개정했고, 전국 지방의회에선 해외연수 취소가 잇따랐다.


안동MBC는 이달의 기자상을 신청하면서 ‘지역취재보도부문’이 아니라 정치·사회 분야를 다루는 ‘취재보도1부문’에 지원서를 냈다. 지역 이슈를 전국적 사안으로 이끈 지역언론의 자신감이었다. 최초 제보부터 피해자인 가이드 인터뷰, 폭행 영상 확보 등 이번 보도를 주도한 이정희<사진> 안동MBC 기자(부장)는 “첫 보도 직후 중앙언론들이 달려들 만큼 큰 사안이었다”며 “예천군민보다 전국의 여론이 이번 사태를 꾸짖고 이슈화시켰기 때문에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했다”고 설명했다.


‘예천군의회 추태 보도’는 기자생활 24년차인 그에게 새로운 경험도 안겨줬다. 유튜브의 영향력을 실감한 것이다. 조회수가 많아야 몇백 건에 불과하던 안동MBC 뉴스는 유튜브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어떤 보도는 조회수가 10만에 이르렀고 댓글도 수백개씩 달렸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다른 지역은 물론이고 해외 시청자도 상당하다. 예천군과 관련해 같은 날 같은 리포트를 서울MBC와 안동MBC로 각각 내보냈을 때, 안동발 뉴스 조회수가 더 많은 현상도 벌어졌다. 이 기자는 이를 두고 “신기하고 깜짝 놀랄 일”이라고 표현했다.


“지역 아이템은 해당 지역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번 보도는 달랐어요. 유튜브 보면 해외 조회수나 댓글이 엄청나요. 지역 뉴스가 서울방송에 나가는 게 더는 중요한 기준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말해준 사례인 것 같아요.”


이 기자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예천군의회 보도 이후 묵직한 제보들이 밀려들고 있어서다. 안팎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20년 넘게 고군분투해온 덕분일 것이다.


“이번 일은 제게 큰 의미가 있어요. 예전 같았으면 다들 서울언론을 봤을 텐데, 이슈를 선점하고 끝까지 보도하는 지역언론에 신뢰를 보내준 것 같아요. 뉴미디어의 힘을 새삼 느꼈어요. 앞으로도 유튜브를 적극 활용할 겁니다. 언론으로서 책임과 역할도 다해야겠죠.”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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