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감각 없는 간부들… 콘텐츠 질 아닌 개수로 실적 판단"

유튜브 시대, 일선 기자들의 고민

  • 페이스북
  • 트위치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 신재민씨의 폭로는 언론계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지난달 29~30일 ‘문재인 정부의 민간기업 인사 개입, 적자국채 발행 강요’ 등을 주장한 신씨는 언론제보가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직접 나섰다. 정치·사회적 파장은 상당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신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 바빴다. 유튜브가 곧 미디어인 시대, 유튜브에 주도권을 내준 한국 언론의 모습이다.


이번 사건으로 언론계는 유튜브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더구나 지난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만든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달 시작한 ‘알릴레오’가 흥행하면서 연일 유튜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언론사들도 올해를 기점으로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확대하거나 본격적인 채널 운영을 준비 중이다. ‘갓튜브’로 불리는 유튜브를 상대로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사 디지털 콘텐츠 A 담당자는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며 “특히 1인 크리에이터와 어떤 차별점을 둘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로만 보면 방송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뉴스 외에도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 등이 있어서다. 또 뉴스 자체가 영상이다 보니 유튜브에서 바로 생중계하거나 재편집해 업로드 한다. 디지털 브랜드에선 SBS가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등을 지난해 초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옮겨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신문사 중에선 일찌감치 디지털 영상을 제작해온 한겨레, 한국일보(프란PRAN, K-trend) 등이 유튜브에서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최근엔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 눈길을 끌었다. 시사평론 영상인 ‘김광일의 입’이 인기몰이를 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사보에서 “유튜브에서 조선일보 채널 구독은 두 달 만에 무려 79% 고속 성장했다. 7만9000명이던 구독자는 14만명을 넘었다”며 “지난해 10월 첫 방송한 ‘김광일의 입’의 한 편당 조회수는 평균 10만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일간지 디지털 담당 B 기자는 “(조선일보 사례처럼) 강한 경향성을 띄어야 유튜브에서 통한다는 게 문제다. 극단적인 콘텐츠일수록 잘 나가는 구조”라며 “언론사 입장에서 유튜브가 뉴스를 다루기에 적합한 플랫폼인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사들의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뉴스’ 콘텐츠는 취재현장 영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자체 제작한 콘텐츠 중 상당수도 흥미 위주의 영상이다. 그마저도 매체별로 차별화한 영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간지 디지털 영상부서 C 담당자는 “유튜브에 어울리는 뉴스 콘텐츠가 무엇인지 아직 찾지 못했다”며 “구독자 분석과 함께 뉴스 콘텐츠 형식, 전달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그 답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실무진과 경영진의 인식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이 같은 고민이나 도전은 제자리걸음 할 가능성이 크다. 속보 강조, 기사량 체크처럼 디지털 전환기에 문제 됐던 일들이 ‘유튜브 시대’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일간지 디지털 영상 담당 D 기자는 “간부들은 영상 감각이 없고 이해도도 떨어진다. 콘텐츠의 질이나 방향성이 아니라 단순히 영상 개수로만 실적을 판단한다”며 “현장 영상도 누가 먼저 올리는지 속보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일간지의 E 기자도 “요즘 유튜브가 대세라니까 준비도 없이, 옛날처럼 양만 채우라고 지시한다”며 “100만명 보는 영상 하나가 낫지 조회수 100인 영상 10개가 무슨 의미가 있나. 디지털 마인드 없는 언론사의 유튜브 전망은 밝지 않다”고 토로했다.


언론사 내부의 불협화음뿐 아니라 유튜브란 외부충격 자체로 언론의 역할과 영향력 축소가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방송사 유튜브 영상 담당 F 기자는 “이제 언론의 게이트키핑 권한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F 기자는 “유튜브 속 신재민, 홍준표, 유시민의 발언, 여러 이해관계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언론의 팩크체크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신뢰가 기반인 언론사가 재미만 노리거나 재밌는 걸 취재하면 답이 없다. 취재는 진지하게 하되 전달을 재밌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