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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정신지체·혼혈·조선족… 언제까지 이런 표현 쓸 건가요

성·장애인·인종차별 표현, 기사에서 습관처럼 등장

강아영 기자2018.11.07 16:49:37

문제. <“사장 안 불러준다” 여직원에 흉기 휘두른 50대> <‘정신지체 1급 학생 폭행 혐의’ 교사 구속> <혼혈가수 영상편지에 설운도가 눈물 흘린 사연> 이 세 가지 기사 제목 중 차별표현을 안 쓴 기사는? 한 번 고민해보시라. 정답은 ‘없다’이다. ‘여직원’ ‘정신지체’ ‘혼혈’은 각각 성차별, 장애인차별, 인종차별 표현이다.


온라인 하위문화 아니면 일상생활에서나 쓰일 것 같은 차별표현은 언론, 기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일반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컸던 과거에도 언론의 차별표현 사용은 문제가 됐지만 특히 SNS가 정보의 중심이 된 최근에조차 언론은 차별표현의 매개자로서 굳건히 기능한다. 언론이 고착화된 차별표현을 타개하기 위해 앞장서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차별표현을 뿌리 뽑기 위해선 조직문화 개선,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건 무엇이 차별표현인지 아는 것이다. 먼저 성차별 표현을 보자. 지난 6월 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시민들의 제안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생활 속 성차별 언어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제안한 단어는 여직원, 여의사, 여교수 등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 ‘여’자를 붙이는 것이었다. △학교명 앞에 ‘여자’를 넣고 △여성의 대명사를 ‘그녀’로 표현하며 △처음 한다는 표현으로 ‘처녀’를 쓰는 습관 등이 문제가 됐다.       
성차별적 단어도 지적됐다. △‘자’궁은 남자 아이를 품는 집만이 아니기에 ‘포궁’으로 △유‘모’차는 여성만이 밀고 다니는 것이 아니기에 ‘유아차’로 △몰래카메라는 장난이 아닌 성범죄라는 의미에서 ‘불법촬영’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시민들이 제시한 대부분의 단어가 언론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며 “특히 인구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저출산이라는 단어는 정부에서부터 사용돼 언론도 많이 받아쓰고 있다. 다행히 SBS에서 이 단어를 앞으로 ‘저출생’이라고 쓰겠다고 발표해 여파가 컸는데, 언론에서부터 올바른 표현을 쓰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차별 표현뿐만 아니라 장애인차별 표현 역시 만연하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가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발행된 신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보면 총 3198개의 장애인 차별표현이 기사에 쓰였다. △절름발이 △정상인 △벙어리 △장님 △정신박약 △불구자 △귀머거리 △장애자 △정신지체 △맹인 등 차별표현을 10개로 한정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꿀 먹은 벙어리’ ‘절름발이 행정’ ‘눈 뜬 장님’ 등 장애를 비유적으로 사용한 속담이나 관용구가 기사에 사용된 결과였다.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도 지난달 토론회 자료집을 내며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장애표현을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다. 자료집은 △장애자나 장애우는 ‘장애인’으로 △정신지체, 정신지적장애, 지능장애는 ‘지적장애’로 △장애를 앓는다는 표현은 ‘~장애가 있는’으로 표현하라고 권고했다. 또 △정상인보다 지능이 낮다거나 떨어진다는 표현도 ‘비장애인’으로 표기하고 △지적장애인 보호제도나 혜택도 ‘지원체계’나 ‘장애인복지서비스’ 등으로 바꿔 장애인을 통제나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다정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무능력, 수동적 등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기본적으로 있으니 기사를 작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차별표현을 쓰는 것 같다”며 “장애는 정체성일 뿐 질병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표현 역시 기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 자료집 등을 보면 언론은 △다문화 △혼혈 등의 차별단어를 쓰는 것과 함께 부정적인 관점으로 이주민, 이슬람 관련 기사를 보도하고 있었다.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 대표는 “다문화가족은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민, 그 사이에서 태어나거나 또는 입양된 가족들로 구성된 사람들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마치 인종적 그룹을 백인과 흑인으로 나눈 것처럼 다문화인도 한국인과 집단적 구별을 가능케 하는 용어가 됐다”며 “혼혈의 경우에도 뉴스 보도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해당 선수에 대한 용어사용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인종차별적 언어문화를 연구한 이정복 대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언론이 인종차별 표현을 간접 인용하며 그대로 사용하거나 혼혈, 조선족 등을 명시적으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정복 교수는 “최근에도 흑형이나 혼혈아와 같은 인종차별 표현이 쉽게 검색된다. 이런 말들은 기자가 직접 쓰기도, 인용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이든 독자들에게 인종차별 의식을 강화하고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며 “기자가 이런 표현 자체를 쓰지 않거나 인용할 때도 차별표현이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국립국어원 등과 협력해 기사에서 쓰지 말아야 할 차별표현 목록집 같은 것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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