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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길 사장 사퇴의사… 부산일보 사태 일단락

최승영 기자2018.10.10 16:58:00


배우자 지방선거 출마로 부산일보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아온 안병길 사장이 8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단협 결렬이 맞물린 쟁의투표까지 가결, 파업직전까지 갔던 159일간의 부산일보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약속이행을 예의주시하되 조직 분위기를 쇄신키 위한 총체적인 재정비가 과제로 남는다.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지부장 전대식·사진 오른쪽)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1시 부산일보 유일 주주인 정수장학회 김삼천 이사장은 부산일보지부를 방문해 안 사장이 재단에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김 이사장은 지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안 사장이 자신에게 △정기 주총 이전 적절한 시점에 자진사퇴 △편집국장 3인 추천제에 따른 편집국장 임명을 순리대로 진행 △후속 편집국 인사는 신임 편집국장 의견 존중 등 뜻을 전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부장의 무기한 단식농성도 7일 만에 종료됐다. 전대식 지부장은 지부 쟁의대책위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단식을 중단했다. 미음을 먹고 링거를 맞으며 회복 중인 상태다.


전 지부장은 9일 이번 투쟁결과에 대한 소감으로 “1988년 노조 창립 선배들이 ‘편집국 우리 손으로’의 마음으로 6일간 파업을 통해 얻어낸 편집국장 추천제와 그 정신이 지난 30년의 버팀목이었다. 신문을 사유하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수익으로 바꿔온 사장에 대해 우리의 뜻을 관철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노조, 서울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서신노협),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전신노협), 부산민언련 등 연대의 힘은 편집권 독립이 개별 언론사를 넘어 모든 언론이 공유해야 할 시대정신이란 걸 확인해줬다. 힘든 싸움 중인 타 지부와 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정수장학회 측에서 이사장이 노조를 직접 방문,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하며 급물살을 탔다. 앞서 쟁의찬반투표에서 82.4%라는 압도적인 내부 지지가 확인되고 지부는 5일 재단 항의방문을 할 예정이었다. 그간 소유와 선임구조 등을 두고 꾸준히 말이 나왔던 만큼 재단 측도 현 국면에 심히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시선이 많다. 재단 이사장이 직접 지부를 찾아 사태 해결에 나선 건 그만큼 이례적이다.


안 사장이 사퇴 시점으로 ‘정기 주총’을 언급한 만큼 정식사퇴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일보 주총은 회계결산 후인 매년 2월에 열리지만 특수 국면을 고려하면 이보단 한 달 가량 일찍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사장 방문 후 안 사장은 따로 공식입장 없이 국·실장 회의 등을 통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설명을 전했다. 노사 간 손배소나 고발 건에 대한 취하, 탄원서 제출 등도 뒤따른다.


지난 5월 사장 배우자가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고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부산일보 구성원들은 보도공정성 훼손, 편집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사장 퇴진 투쟁을 벌여왔다. 공천 확정 후 노조와 기자협회는 물론 막내기수 등 편집국 기자들까지 사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사측은 수차례 입장문을 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5월 말 사장 배우자가 결국 후보 등록을 감행하며 투쟁은 본격화했다. 노조와 기협은 사장 등의 공정보도 훼손 및 편집권 침해 실태조사를 진행해 공개했다. 상경투쟁으로 정수장학회에 항의방문, 피켓팅도 수차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안 사장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부산일보 사장’ 직함을 사용한 배우자 지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회사 주최 수익행사를 통해 확보한 명단을 이용, 수백 건의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까지 번졌다. 언론노조 위원장이 배석한 임·단협 거부 등으로 부당노동행위 고발도 당했다. 경찰은 ‘문자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부산고용노동청은 임단협 거부 등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조관계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1일 임·단협 쟁의 투표 가결, 출정식과 지부장 단식투쟁을 거쳐 현재까지의 과정이다.


부산일보 한 기자는 “일단 사장이 정식사퇴할 때까지는 회사와 재단을 예의주시해야 하지 않겠나. 안 지켜진다면 정말 그땐 더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사장 와이프가 선거에 나와 출입처 쪽에서 기자가 사장 편인지 노조 편인지 눈치 보는 건 정말 아니지 않나. 결국 기자로선 좋은 신문을 만들어 부산시민들한테 더 좋은 뉴스를 전하기 위한 진통”이라고 했다.


전대식 지부장은 “아무리 편집규약이나 단협이 모범적이어도 지켜내려는 투쟁이 계속 필요하다. 전체적인 재점검, 정비가 필요한 시기다. 2기 집행부가 출범하면 노조 투쟁부터 시민단체 등 외부의 평가를 받아보는 게 어떤가 싶다”고 했다. 이어 “정수장학회의 사장 선임구조 등에 대해선 공론화를 통해 노사 모두의 총의를 모아 합의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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