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4일… 그가 517개의 인터뷰 기사를 쓰려고 보낸 시간

이영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매주 정치인·언론인 인터뷰
연재 500회… "재밌어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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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 인근 카페에서 이영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기자는 최근 인터뷰 연재 500회를 넘겼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 인근 카페에서 이영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기자는 최근 인터뷰 연재 500회를 넘겼다.


3514일. 이영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517개의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보낸 시간이다. 2009년 2월17일 첫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지난 7월29일 인터뷰 연재 500회를 넘겼다. 곧 연재 10주년도 맞이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뇌성마비 1급 진단을 받아 말을 하는 것도, 걷는 것도 쉽지 않은 그에겐 실로 대단한 일이다. “재밌어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큰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이영광 기자는 인터뷰 전문 시민기자다. 시민기자로서 매주 주목할 만한 언론인과 정치인을 만나 연재 제목인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처럼 거침없이 묻고 꼼꼼히 기사를 쓴다. 전북 전주에 살고 있는 그는 매주 한 차례 서울로 올라와 적게는 2~3명, 많게는 4~6명까지 인터뷰를 하고 다시 전주로 내려간다. 4명 기준으로 오전 11시, 오후 1시30분, 3시30분, 5시30분에 각각의 인터뷰를 소화하는 것이 그의 일정이다. 이전에는 이틀에 걸쳐 인터뷰를 할 때도 있었지만 최근엔 되도록 당일에 모든 인터뷰를 끝낸다.  


그의 꿈이 처음부터 기자인 건 아니었다. 이 기자는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해 목회자의 길을 걸으려 했는데 공부를 해보니 왠지 이 길은 아니라는 생각에 꿈을 접었다. 공무원 준비도 1년간 했는데 그것 역시 아닌 것 같아 포기했다”며 “누군가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얘기해줘 작가를 해볼까 생각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이렇게 시민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우연한 계기란 변상욱 CBS 대기자와의 만남이었다. 2008년 싸이월드 방명록을 통해 변상욱 기자와 종종 글을 주고받던 이 기자는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인터뷰 요청을 했고 변 기자의 흔쾌한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방송국 구경 간다는 기분으로 올라간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인터뷰라는 작업에 푹 빠져들었다. 유명인이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해준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초반엔 변 기자의 도움이 있었지만 어느새 그는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질문지를 짜고, 녹취를 풀어 인터뷰 기사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에 익숙해졌다.


다만 쉽지는 않았다. 온몸의 근육이 굳은 그에게 타자를 치는 작업은 녹록지 않아 녹취 9분을 푸는 데 1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원고료는 차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적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 만나는 재미와 독자들의 반응을 보는 재미”로 묵묵히 연재를 이어갔다.


특히 언론 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수많은 기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언론이 가야 할 길을 물었다. 이 기자는 “수많은 인터뷰이 중에서도 2012년 MBC 파업 때 만난 기자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해고되고 얼마 안 됐을 때 만난 박성호 기자 등이 생각난다. 이후로도 수많은 MBC 기자들을 인터뷰했고 지금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의 눈엔 아직도 언론이 비판받을 지점이 선명하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의 언론장악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신뢰 회복의 길은 멀어서다. 이 기자는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믿지 않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신뢰도가 추락하니 기성언론이 가짜뉴스조차 이기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도 언론이 정권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방송법 등을 개정해 정권이 입맛대로 방송을 휘두르는 행태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정상화까지 머나먼 길이 남은 것만큼이나 그는 자신 역시 꾸준히 인터뷰를 연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는 2000회다. 절반까지 갈 길도 머나멀다. 이 기자는 “방송인 김제동씨나 손석희 JTBC 사장, 자유한국당 의원 등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고 많다”며 “2000회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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