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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국장 임명동의제 안 하는 데가 있어?”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 안착

김달아 기자2018.07.11 15:03:57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보도·편집국장 선출 방식은 경영진으로부터 편집권과 보도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신문에 이어 지상파 3사까지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가 언론계에 자리잡고 있다. /pixabay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보도·편집국장 선출 방식은 경영진으로부터 편집권과 보도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신문에 이어 지상파 3사까지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가 언론계에 자리잡고 있다. /pixabay


KBS는 지난 5월 김태선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국장의 임명동의 투표를 진행했다. 지난 4월 취임한 양승동 KBS 사장이 ‘제작·보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해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투표 결과 김 국장은 찬성률 84.75%로 보도국 구성원에게 임명동의를 받았다. 지난달 MBC에서도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가 처음 치러져 박성제 국장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방송의 독립과 제작 자율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해 임명동의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이번 임명동의제 실시가 보도국 구성원의 뜻을 모으고 뉴스를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SBS 노사가 방송사 최초로 사장·보도본부장 등의 임명동의제를 시행한 이후 보도 책임자에 대한 구성원 동의 절차가 언론계에 자리 잡은 모양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난 10년간 방송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편성규약, 보도준칙을 제정했지만 결국 어떤 사람이 권한을 쥐고 있느냐가 중요하더라”며 “구성원의 존중과 합의를 수용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노사가 임명동의제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SBS를 시작으로 지상파 3사 모두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면서 이제 주요 언론사 가운데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한 보도·편집국장 선출은 경영진으로부터 편집권과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일찌감치 종합일간지들은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나 그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해왔다. 한겨레는 1988년 창간 때부터 편집국장을 직선제로 뽑아오다가 지난 2005년 임명동의제로 전환했다. 경향신문도 2000년대 초반 이를 도입했다. 현재 종합일간지에선 두 신문사와 함께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4곳이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시행 중이다. 서울신문은 사장이 국장 후보 2명을 지명하면 구성원들이 1명을 선출하는 지명선출제, 국민일보는 중간평가제만 치른다.


이같은 제도가 없거나 정례화하지 않은 곳은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다. 모두 사주가 있는 신문사다. 중앙일보는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제를 시행했지만 2011년부턴 편집국장 불신임 건의제로 대체했다. 구성원 재적 과반이 편집국장 불신임안을 발의하면 대표이사가 2주 안에 인사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실현된 적은 없다.


조선일보도 노사 단체협약에 편집국장 불신임투표제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은 “불신임투표제는 편집국 재적 1/4이 직접 서명을 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워 쉽게 발의하기 어렵다”며 “임명동의제는 객관적인 상향평가제로써 편집국 내 상명하복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조 차원에서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신정원 전국언론노조 뉴시스지부장은 “변화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수많은 언론사가 채택하고 있는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언론사의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사주의 부당한 압력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그 기본적인 장치가 임명동의제”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방송사에서 가장 먼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에 합의한 YTN은 올해 하반기 첫 투표를 치른다. 최남수 전 사장이 지난 5월 중도 사임했고 그에 따라 한창 진행 중인 새 사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해야해서다.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은 “합의 당시만 해도 다른 방송사는 상상도 못했던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이뤄냈는데 사내 적폐인사들로 인한 전임 사장 문제, 파업 등이 불거져 1년 넘도록 시행조차 못했다”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 악용하거나 회피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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