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이인규 '논두렁 시계' 해명 법적 책임 물을 것"

보도 배후에 국정원 있다는 발언, SBS 명예 심대하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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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논두렁 시계’ 관련 보도 해명에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SBS와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발언이 SBS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25일 오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자신의 논두렁 시계 보도 기획설과 관련, 검찰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반박하기 위해 장문의 이메일을 기자들에게 보냈다.(뉴시스)

▲이 전 중수부장은 25일 오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자신의 논두렁 시계 보도 기획설과 관련, 검찰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반박하기 위해 장문의 이메일을 기자들에게 보냈다.(뉴시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25일 오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자신의 논두렁 시계 보도 기획설과 관련, 검찰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반박하기 위해 장문의 이메일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 수사 중인 2009년 4월14일 퇴근 무렵 국정원 전 직원 2명이 사무실로 저를 찾아와 원세훈 전 원장의 뜻이라며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들의 언행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화를 내고 ‘국정원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직원 2명이 사죄한 뒤 황급히 돌아갔고 저는 이러한 사실을 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그 후 일주일쯤 지난 2009년 4월22일 KBS는 저녁 9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보도했고, 5월13일엔 SBS에서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고 보도했다”며 “국정원의 소행임을 의심하고 검찰이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그동안의 보도 경위를 확인해 본 결과 4월22일자 KBS 9시 뉴스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하여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또 그간 국정원의 행태와 SBS의 보도 내용, 원세훈 원장과 SBS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고가 시계 수수 관련 보도는 유감스러운 일이나 저를 포함한 검찰 누구도 이와 같은 보도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검찰, 나아가 자신의 보도 개입설에 선을 그었다.


SBS는 반면 “순전히 이 전 중수부장의 추정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SBS는 “‘선물 받은 고가의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SBS의 보도 경위에 대해서 ‘국정원의 행태 등을 고려해 심증을 굳혔다’고만 설명해 순전히 자신의 추측일 뿐임을 털어놨다”며 “지난해 언론단체와 SBS 시청자위원, 언론노조 SBS지부 등이 참여한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 면밀히 조사했지만 어떠한 국정원의 개입 정황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SBS는 지난해 10월27일 개최된 공정방송실천협의회의 노사 합의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을 결정해 그 해 12월4일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23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보도자료에서 “국내정보부서 언론담당 팀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재기자와 취재 및 보도 관련자 등 보도라인에 있던 조사 대상자 모두 국정원이나 국정원을 통한 임원진의 보도 개입을 부인했다. 조사위는 “취재기자는 ‘취재원이 (국정원이 아닌) 대검 중수부 관계자’라고 진술했고 기자가 소속된 당시 법조팀 현장반장도 취재내용과 관련해 국정원이나 회사 내·외부 다른 곳으로부터 어떤 내용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며 “다만 당시 SBS의 총 책임자였던 하금열 전 사장과 보도책임자인 최금락 전 보도국장이 끝내 조사를 거부하면서 국정원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었다”고 평했다.

 

2009년 5월13일 SBS 8뉴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 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2009년 5월13일 SBS 8뉴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 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SBS 뉴스8은 2009년 5월13일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제목으로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 시계 두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2009년 4월22일자 KBS 9시 뉴스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하여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는 이 전 부장의 진술과 관련해 KBS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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