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말한 건 알고리즘일까 알고리듬일까

[컴퓨터를 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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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영 기자협회보 기자.

▲최승영 기자협회보 기자.


네이버가 지난달 29일 또 다른 외부 위원회를 신설했다. 네이버 표기에 따르자면 이름 하여 뉴스 알고리‘듬’ 검토위원회다.


“인공지능과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하는 뉴스검색을 시작으로, AiRS(에어스), AI헤드라인 등 네이버 뉴스홈 기사 배열 알고리‘듬’까지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구성하는 핵심 알고리‘듬’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그렇게 보도자료에는 알고리‘듬’이 총 14번 등장한다. 한사코 알고리‘즘’을 거부하는 데서 나는 네이버의 어떤 입장을 본다. 그리고 그 입장이 이번 위원회 구성 면면과 향후 역할에 대한 우려보다도 더 근원의 문제라고 확신한다.


검토 ‘주체’부터 살펴보자. 네이버가 공개한 명단에는 컴퓨터공학, 정보학, 커뮤니케이션 등 3개 분야 교수 11인이 이름을 올렸다.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가 6인으로 가장 많다. 컴퓨터의 언어를 모르고선 할 수 없는 작업이고, 거대 플랫폼 알고리즘 전반을 검토하는 자리니 수긍이 된다. 그런데 ‘순수 저널리즘’ 전공자가 없다. 위원회에 속한 커뮤니케이션 전공 교수 3인의 프로필과 대표 논문을 보면 뉴미디어를 공통으로 헬스·도시, 조직, 정치 커뮤니케이션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왜 그들이 필요한가. 현 포털 논란의 핵심이 저널리즘의 문제여서다. 언론과 포털의 관계, 공론장으로서 종합포털의 책임 등이 뉴스 알고리즘 이슈에서도 유효해서다. 돌이켜보자. ‘드루킹’ 사태로 시작된 네이버 논란의 근원은 거대 포털이 독점한 미디어환경이 공동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게 아닌가. 그렇다면 이번 위원회도 ‘댓글조작’ 사태의 예방조치적 성격을 갖고 임했어야 한다. 실상은 ‘구색 맞추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학회를 통해 위원 추천을 받은 만큼 학계 역시 ‘가까운 인사 자리 나눠주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구성으로 ‘무엇’을 검토할지는 상당히 예상가능하다. ‘잘 작동하는지’ 기술 검증에 한정되는 것이다. 실제 보도자료는 ‘기술 검증’ 설명이 대부분이다. 그 외 “다양한 관점에서 사용자에게 적절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정도만 남는다. 한 언론학자는 “우리가 네이버 기술력을 검증해서 뭐할 건가”라며 “지금 논의는 알고리즘이 기술적으로 잘 돌아가도 생기는 문제에 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번 위원회는 그간 ‘책임의 외주화’란 비판을 받았을지언정 각계를 모아 상호간 이익조정이라도 시킨 타 위원회의 기능도 없다. 전문가들만 논의에 참여하고 보고서만 나온다. 기술전문가에게도 네이버와의 원만한 관계는, 연구비나 공동연구 등 매혹적인 요소가 많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3분기 결과보고서에서 ‘대부분 적절하고 일부 미흡하지만 이용자 데이터가 축적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란 답을 보게 되지 않을까.


앞서 여러 지적을 했지만 근원은 ‘국민들에게 공론장으로 인식되면서도 자신들은 공론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네이버의 태도다. 알고리‘듬’은 닫힌 블랙박스다. 그 ‘안’을 살펴 잘 돌아가는지 보는 건 보도자료로 입장표명할 사회 현안이 아니다. 블랙박스를 거친 결과물이 ‘바깥’ 세상과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 알고리‘즘’을 말하는 게 투명화의 바른 방식이다. 그래서 묻는다. 알고리‘듬’인가 알고리‘즘’인가.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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