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바일 메인에선 지역 뉴스를 볼 수가 없다. 네이버가 지역 뉴스를 편집하지 않아서다. 네이버 의존으로 이미 언론 시장이 심하게 왜곡돼 있지만 그 안에서도 지역 언론은 더 큰 차별과 소외를 겪고 있다. 네이버가 사실상 지역 언론의 존재감을 거의 지워버린 상황이다.” (박상일 경인일보 디지털뉴스부장)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서 시작된 포털의 책임 논란이 지역 언론과의 상생 방안 마련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플랫폼 독과점이 대두되며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왔던 ‘지역 언론 패싱’에 지역 언론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지역 언론들은 지역 주민의 정보 복지와 지역 저널리즘을 위해서라도 네이버가 중앙과 지역 간에 좀 더 평등한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언론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네이버의 모바일 첫 화면 편집에선 지역 언론 기사가 아예 노출되지 않는다. 모바일 콘텐츠 제휴를 맺은 지역 언론사가 없어서다. PC의 경우 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고, 뉴스스탠드에선 총 34개의 지역 언론이 제휴돼 있는 것과 비교되는 양상이다.
이학수 경남신문 뉴미디어부장은 “뉴스 이용자의 70% 이상, 국민 3000만명이 본다는 모바일 첫 화면에선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서울사 기사만 상단에 노출된다”며 “‘채널’ 설정으로 구독자가 언론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기에도 서울 소재 신문, 통신, 방송매체 43개가 전부다. 인공지능 기반 추천시스템인 ‘에어스(AiRS)’ 추천에도 지역 언론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 언론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9일 뉴스 및 댓글 개선 계획을 발표하며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판 △AI 편집의 뉴스피드판 도입을 밝혔지만 모두 지역 언론과는 무관한 일이 될 게 뻔해서다. 게다가 네이버와의 모바일 콘텐츠 제휴는 수차례의 시도에도 지역 언론에겐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김승일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본부장은 “모바일 콘텐츠 제휴를 위해 네이버 고위 임원을 만난 적이 있는데 두 가지 얘기를 하며 제휴를 거절하더라. 하나는 뉴스에 더 이상 쓸 돈이 없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한 곳과 제휴를 시작하면 다른 지역 언론과도 제휴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전재료를 받고 안 받고는 지역 언론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웃링크로 가되 네이버 모바일에서 일정 비율 지역 언론 뉴스를 편집해 보여주면 해결될 일”이라고 했다.
지역 언론 관계자들은 서울 소재 언론사와의 형평성 때문에라도 네이버가 지역 뉴스를 노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사건, 사고 등 지역 긴급 뉴스의 경우 현장에서 빠르고 밀도 있게 소식을 전하는 지역 언론 기사는 배제되고 제휴사 위주로 기사가 노출돼서다. 김태형 전 매일신문 뉴미디어정보관리부장은 “서울에서 발생한 뉴스가 상대적으로 뉴스 가치가 높아 노출이 많이 되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대구에서 발생한 뉴스의 경우 우리도 쓰고 서울 소재 언론사의 대구 주재 기자도 쓰면 무조건 주재 기자가 쓴 게 걸린다”며 “심지어 우리가 특종한 것도 그걸 추가 취재한 서울사 기사가 메인에 걸린다. 그런 현상을 네이버는 완전히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지역 언론 홀대는 여론 형성에서도 불균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지역 언론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한 지역지 디지털뉴스부장은 “매일 균형개발, 지역분권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그걸 이루기 위해선 지역 언론이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지역에 있는 독자가 반응을 해줘야 한다”며 “그런데 지역 독자들이 중앙에 치우친 기사들만 보게 되면 그런 흐름이 생길 수가 없다. 이번 지방 선거만 보더라도 지역 독자들은 자기 지역의 시장 선거보다 서울시장,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기사 등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발의한 ‘네이버-지역 언론 상생법(안)’에 부산기자협회 등 한국기자협회 소속 10개 지역협회장이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법안은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뉴스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 언론의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게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창익 전북기자협회장은 “서울에서 소비되는 지역 뉴스의 90%가 엽기적인 사건 아니면 축제 소식이다. 지역에도 문화가 있고 행정이 있지만 누구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가다 보면 지역에 왜 사람들이 사는지 이유 자체가 없어질 것이고 지역 언론 또한 살아남지 못할 거다. 협회장들이 서명한 것은 그 위기감 때문이고, 네이버가 포털 메인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지역의 목소리를 담는 창을 마련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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