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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병우 지키기’ 보도, SNS 입수 경위 밝혀지나

MBC 정상화위 “기자 3명 연루… 보도 경위 함구해 검찰 수사 의뢰”

이진우 기자2018.05.03 10:33:22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해온 정황을 담은 SNS가 입수됐습니다.”



지난 2016년 8월16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단독 보도가 나왔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상황 누설 정황 포착>의 리포트에는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모 언론사 기자에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MBC는 입수한 SNS 내용을 전하며 “특별감찰법은 감찰 내용의 외부 누설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위법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특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다음날인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SNS를 통해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며 "MBC는 입수했다는 SNS 대화 자료가 영장 등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된 것인지 해명할 것을 요구하며 불법적 수단에 의한 것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MBC는 후속 보도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공개했다. MBC는 “모 언론사 기자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으로,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외부로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이틀에 거쳐 보도된 리포트에는 이 특감이 통화에서 △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 회사 정강’이 감찰 대상이라고 밝힌 점 △‘특별감찰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고 말한 점 등이 담겼다.


MBC 보도는 ‘특별감찰관 흔들기’ ‘우병우 지키기’ 등의 논란을 불렀다. 통화 내용은 이미 알려진 사안이라 특별감찰법 위반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는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감찰팀, 아들 병역과 정강 의혹 수사의뢰’ 등으로 충분히 단독을 할 수 있었음에도 ‘감찰 내용 유출’을 중점적으로 보도한 것은 전형적인 권력기관의 사건 은폐 명분을 그대로 받아써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기자도 “현재 중요한 건 우 수석의 비리를 명확히 밝혀내는 일이다. (이번 공방을 통해) 사건의 본질이 흐려져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예상대로 이 특감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보도 이틀 후인 18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서석구 변호사가 대리하고 있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 그를 특별감찰관법 위반(감찰 착수 사실 등 누설 금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은 이 특감이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날이기도 했다. 그가 우 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서를 접수시키자마자 자신에 대한 고발이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의 공격도 이어졌다. 19일 청와대는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은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발표하며 이 특감을 향해 날을 세웠다. 29일에는 검찰이 이 특감과 해당 기자(이명진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폰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에 이른다. 참고인 신분인 이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이날 이 특감이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13일간 청와대와 검찰, 언론 등 전방위적인 대응이 이뤄진 셈이다. 당시 야권은 물론,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 언론사들이 SNS 입수 경위를 놓고 ‘불법 사찰’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8월30일자 3면 톱기사 <‘본지 기자들 카톡’ 통째로 보도…MBC 위법 행위는 수사 안해>에서 “이명진 기자는 법조팀 기자 일부에게 이 특감과의 통화 내용을 요약·정리한 메모를 카카오톡으로 전달했는데, 이것이 통째로 빠져나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이 사설을 통해 끊임없이 “입수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한 만큼 이들에게서 유출이 됐다고 판단하기에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당시 MBC 정치부장이었던 A 씨와 우 전 수석이 서울법대 84학번 동기 사이인 게 알려지며 ‘사찰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MBC 내부에서는 당시 통화내용 메모를 들고 나타난 게 A 부장이며, 청와대를 출입한 B 기자와 국방부에 출입한 C 기자의 합작품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실제로 우 전 수석과 MBC 기자가 해당 보도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MBC의 한 기자는 “당시에도 국방부 출입인 C 기자가 왜 해당 보도를 했는지 의혹이 떠들썩했다”며 “다른 기자들이 거부하자 출입기자가 아닌 C 기자에게 돌아간 게 아니냐는 게 내부 추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민정수석이 국정원을 쥐고 흔들었던 만큼 통화 내역은 국정원에서 사찰해 우 전 수석에 전달됐고, 이게 MBC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해당 보도를 한 관련자들은 보도 배후와 입수 경위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MBC는 지난 25일 “보도 당시부터 배후 의혹이 제기된 만큼 보도 경위를 조사했으나 관계자들이 진술을 거부해 검찰에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 정상화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3명의 기자가 해당 보도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돼 이들 모두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조사의 핵심 사안인 ‘보도 경위’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어 수사의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이 전 특감의 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국정원을 동원해 이 전 특감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특감이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건에 대해서는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처리하지 않고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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