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고백"에 고소당한 YTN 기자들

YTN 15기 기자들 "당당하게 조사 받겠다"
김재련 변호사 "허위 적시‧외부 유포로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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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의 아내 김재련 변호사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YTN 15기 임성호(왼쪽부터), 이형원, 김경수, 우철희, 최아영 기자가 2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달아 기자)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의 아내 김재련 변호사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YTN 15기 임성호(왼쪽부터), 이형원, 김경수, 우철희, 최아영 기자가 2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달아 기자)

"경찰서 앞에서 마이크를 잡게 돼 참담하다. 저희는 부당한 지시에 부끄럽고 괴로웠던 마음을 고백하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글을 올린 것뿐이다. 누구를 비방하려 하지 않았다. 한치의 거짓도 없다. 당당하게 조사 받겠다."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의 아내 김재련 변호사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YTN 기자들이 2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류 전 실장이 사회부장이던 당시 사건팀 막내 기자였던 15기 5명(2013년 입사)이다. 류 전 실장은 지난 5일 뉴스타파가 "2015년 이건희 동영상 제보를 삼성에 '토스'했다"고 언급한 YTN 간부다.


15기 기자 5명은 뉴스파타 보도 이후인 지난 9일 <우리의 배후는 류제웅‧최남수입니다>라는 기수 성명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성명에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 사회부장이던 류 전 실장이 부당한 취재 지시를 반복했고,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본 사죄 선행 요구' 기자회견을 보도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녹취가 류 전 실장의 압력으로 삭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성명에서 "공교롭게도 당시 류제웅 부장의 아내인 김재련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관련 업무가 포함된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이었다"며 "이후에는 졸속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이사까지 지냈는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 시민단체는 김 변호사를 '권력 지향적' 인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류 전 실장의 아내 김 변호사는 해당 문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내게시판에 성명을 올린 15기 김경수 기자, 우철희 기자, 이형원 기자, 임성호 기자, 최아영 기자를 형사고소했다. 김 변호사는 고소장에서 "이들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류제웅과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YTN 내부 사태와 아무련 관련이 없고 단지 류제웅과는 사적인 부부 관계에 불과한 고소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YTN 구성원들은 "간부 가족까지 동원한 최남수 사장 지키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YTN지부, 한국기자협회 YTN지회, 방송기술인협회, 보도영상인협회는 29일 15기 기자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아닌 간부의 가족이 소송전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며 "'최남수 체제의 YTN'이 언론 정상화가 궤도에 오르고 있는 2018년 대한민국에서 오욕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찰 조사를 앞두고 김경수 기자는 "지난 보도를 반성하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올린 글이다. 중요한 내용이 뭔지 보지 못 하고 짧게 들어간 표현을 문제 삼아 남편 회사의 후배들을 형사고소한 김 변호사의 상황인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처음 글을 쓴 취지대로 당당하게 조사받겠다"고 밝혔다.


임성호 기자는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유가족 방관, 정부편향적, 물타기 보도 모두 저희들이 현장을 뛰면서 이름 달고 내보냈다"며 "성명을 통해 당시를 반성하면서 부당한 취재를 지시했던 간부들의 책임을 요구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이어 임 기자는 "성명 내용에는 한점의 거짓말도 가감도 없다. 특정인을 비방한 것도 아니다"라며 "최남수를 비호하면서 보도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 일부 간부들을 몰아내고, 편파보도가 아니라 시대정신에 맞는 기사를 쓰고 치열하게 기자 역할을 하는 날까지 흔들림 없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형원 기자는 "저희에게 배후가 누구냐, 순진한 후배들이 (파업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 아무것도 모르던 저희를 이용했던 사람이 누구인가"라며 "여전히 반성하지 못 하고 부적격 최남수를 옹호하는 이들이 저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다. 부역질의 정당성을 가리기 위해 후배들을 그만 좀 이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자는 "저희를 걱정하는 선배들이 있다면 최남수 옆이 아니라 이곳으로 와서 함께 해주면 된다"며 "끝나지 않은 이 투쟁에 함께 해주실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마포경찰서 앞에 모인 YTN 구성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최남수와 그 주변을 지키는 적폐인사들, 가족까지 나선 발악적인 협박 행태에 분노한다"며 "이번 소송전은 최남수 사단의 마구잡이 협박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일뿐 대한민국 언론사는 반성 대신 소송으로 맞선 적폐 인사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부끄럽게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기자협회보와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는 YTN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류제웅과 독립된 인격체이며 독자적 영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며 "피고소인들이 자신들의 사내게시판에 저를 언급하고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외부로 유포한 것에 대해 제가 제 의사와 결정으로 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개인이 고소한 것을 두고 언론사 노조가 집단으로 경찰서에 찾아가 집회하는 모습이 이례적"이라며 "시시비비는 수사기관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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