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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 온 파이어

[글로벌 리포트 | 미국]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2018.03.07 14:31: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밤 취임 이후 첫 국정 연설을 했다. 그가 80분에 걸쳐 연설하는 동안 뉴욕 타임스와 CNN 등 주요 언론사는‘팩트 체크’ 또는‘리얼리티 체크’ 코너를 통해 실시간으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독자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특히 사실 확인 전문 웹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웹사이트는 그날 미국 동부 시간으로 밤 9시 49분쯤에 폭주하는 조회로 인해 6분 동안 다운이 돼 명성을 얻었다. 폴리티팩트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미국의 주요 언론이 이 웹사이트가 먹통이 된 뉴스를 상세히 보도함으로써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보았다.

 

폴리티팩트는 국정 연설이 끝난 뒤 팩트 체크 종합 점수를 공개했다. 트럼프의 연설 내용은 사실 4%, 대체로 사실 12%, 절반만 사실 15%, 대체로 거짓 21%, 거짓 33%,‘일파만파 거짓’(pants on fire) 15%로 판정을 받았다. 팬츠 온 파이어는 꽁무니에 불이 붙었다거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을 묘사하는 관용구이다. 폴리티팩트는 거짓말 중에서도 너무 뻔뻔하거나 악성이면 이를 별도로 ‘팬츠 온 파이어’로 분류한다.

 

폴리티팩트가 낸 점수는 뉴욕 타임스와 CNN 등 다른 주요 언론 매체와 비교할 때 형편없이 좋지 않았다. 팩트 체크의 점수는 조사 대상 아이템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폴리티팩트는 플로리다 주에서 발행하는 ‘탐파 베이 타임스’(Tampa Bay Times)가 2007년 설립했고, 지금은 이 신문사가 소유하고 있는 비영리기관인 포인터 연구소(Poynter Intsitute)가 운영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폴리티팩트’라는 간판 밑에 ‘퓰리처상 수상자’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포인터 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팩트 체크 프로젝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며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팩트 체크 기관이 지난 1년 사이에 31%가 증가했고, 지난 4년 사이에 44개에서 149개로 3배가 늘었다. 포인터 연구소는 일시적으로 운영되거나 정부 등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팩트 체크 기관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현재 53개국에 민간 기관이나 단체가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팩트 체크 기관이 있고, 이 기관의 영향력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고 이 보고서가 강조했다.

 

팩트 체크 기관 숫자는 미국이 47개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브라질 8개, 프랑스 7개, 영국 6개, 한국 5개, 인도, 4개, 독일 4개, 우크라이나 4개, 캐나다 4개, 이탈리아 3개, 스페인 3개 등이다. 포인터 연구소는 주요 선거가 있을 때 각국의 팩트체크 기관이 성업하고 있고, 그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독일, 칠레를 꼽았다.

 

폴리티팩트는 신문사가 운영하다가 민간 연구소로 운영 주체를 바꿨으나 현재 미국의 팩트체크 기관 47개 중 41개를 주요 언론사가 운영해 그 비율이 87%에 달한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운영되는 팩트 체크 기관 102개 중 54개가 언론사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 비율이 54%를 넘었다. 언론사 이외에 팩트 체크 기관을 운영하는 주체는 대학, 싱크탱크, 정부 감시를 목적으로 한 초당적인 감시 단체 등이다.

 

펙트 체크에는 당연히 돈이 든다. 언론사는 전체적인 운영 경비에서 필요한 자금을 지출하지만, 언론사가 아니면 개인적인 기부, 회원 프로그램 운영, 연구 프로젝트 계약 등의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고 포인터 연구소가 밝혔다. 글로벌 기업인 페이스북은 뉴스를 다루는 ‘뉴스피드’(News Feed)에서 가짜 뉴스를 몰아낼 목적으로 5개국에서 팩트 체크 기관을 운영하거나 그런 기관에 돈을 대주고 있다. 구글도 ‘Share the Facts’ 프로젝트를 통해 구글에 올라오는 뉴스의 진위를 가려내고 있다. 신문사과 방송국이 독자와 시청자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듯이 이제 팩트 체크 기관도 공신력을 무기로 소비자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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