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제 선택에는 많은 반론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나름대로 고민해왔던 것을 풀어낼 수 있는, 자그마한 여지라도 남겨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최선을 다해서 제가 믿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의지로 한번 실천해보고 훗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의 목소리가 떨렸다. 13년간 진행해온 라디오를 내려놓는 자리. 2013년 5월 손석희 앵커는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마지막 인사를 하고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직을 두고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JTBC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정론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며 결국 그 길이 저 개인뿐만 아니라 JTBC의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말만 남길 뿐이었다.
그의 말대로 JTBC는 급부상했다. 팽목항을 지키며 진행한 세월호 보도는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최순실의 태블릿PC 보도는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으며, 신뢰도와 영향력은 타 언론사를 압도했다. 신뢰가 쌓일수록 부담도 커지는 법. 밖에서는 ‘좌파 방송’이라고 공격하며 태블릿PC 입수과정을 물고 늘어졌고, 내부에서는 삼성의 광고협찬 단절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올해는 공영방송 정상화로 지상파와의 경쟁도 의식해야 하는 위치다. 끊임없는 ‘험로(險路)’다.
JTBC에 몸담은 지 5년이 돼가는 지금, 손석희 사장은 ‘제2의 뉴스룸 혁신’을 위해 어떤 미래를 다짐하고 있을까. 기자협회보는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손 사장을 만났다.
-JTBC가 7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뉴스룸의 신뢰도 상승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글쎄. 나도 임원인 입장에서 적자보다야 흑자가 좋은 일이지만 뉴스책임자로서는 그런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냥 우리 일만 열심히 할 뿐이다.”
-뉴스룸은 세월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등을 통해 신뢰도와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는데, 비결은.
“비결이란 건 없다. 아마도 그 모든 것들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우리가 4년 전에 뉴스를 다시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 연결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처음에 사이버 사령부 댓글 사건부터 시작해 다른 방송뉴스들이 잘 다루지 않던 이슈들을 파고들었다. 그 외에도 정권에 불편한 뉴스를 많이 다뤄서인지 지속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세월호는 우리라도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매달렸다. 그 뒤로도 4대강이나 국정원 해킹 의혹 등등으로 이어졌다.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발견하게 된 것도 모두 그 연장선상이 아니었을까 한다. 태블릿이 발견된 사무실을 열어 준 그 건물 관리인은 우리 뉴스만 믿는다고 했으니까.”
-뉴스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은데.
“모두들 정말 열심히 한다. 얼마 전에 경력기자들을 뽑았는데 그 친구들이 그랬다. JTBC기자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 보고 놀랐다고. 다만 실수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실수는 있기 마련인데 방심해서 생기는 실수는 아프다.”
-홍석현 전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손석희 앵커 교체 외압 받은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홍 전 회장으로부터 어떤 언질을 받은 적 있었나. 사주에게 보도 관련해 직간접적 외압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 교체 압박이 나왔다는 얘기는 그 박근혜-이재용 독대 직후에 홍 전 회장 통해서 얘기 다 들었다. 물론 그 때 독대 당사자가 이재용 부회장인 줄은 몰랐다. 회사가 영 곤란해지면 내가 떠나겠다고 했다.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당시는 내가 느끼기에도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도 박 전 대통령에게 실토했듯이 우리가 그의 영향력 하에 있지 않다. 회장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건 이후에도 우리 보도는 아시다시피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보도에 대해 의견을 듣는 경우는 있어도 누구의 지시를 받고 보도하거나 안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건 JTBC 뉴스의 생존 조건이다.”
-처음이 아니라 했는데 그 전에는 어떤 압력들이 있었나.
“(웃음) 소이부답. 다 끝난 건데 자세히 얘기하면 뭘 하겠나. 그리고 회장과 나, 단 둘이 있었을 때 오간 얘기이므로 일일이 공개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그래도 삼성과 관련한 이슈는 내부에서도 민감하게 대응했을 것 같은데.
“그런 건 미안하지만 이제는 별로 이슈가 되지 않는다. 오자마자 보도했던 삼성 노조문건 관련 단독보도 이후 지속적으로 삼성 관련 이슈를 다뤘고, 그에 대해서도 갖가지 분석이 따랐던 것으로 안다. 그 중에 가장 재밌었던 것은 JTBC 장사를 위해 삼성이 어느 만큼은 봐주는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이해할 수 있다. 누구든 그런 음모론적인 상상을 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지금 삼성은 JTBC에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게 모든 걸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탄핵 정국 거치면서 삼성에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우리와 삼성 사이에 그런 호사가들의 분석은 통하지 않는다.”
-아직도 일부에서 지속되고 있는 태블릿PC 조작 주장에 대해 입장 밝혀 달라.
“태블릿PC에 대한 시비 걸기는 이젠 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검찰도 문제없다고 했고,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미 다 판정이 났다. 국과수의 결론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렇게까지 가지고 갈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결론을 왜곡시켜가면서 시비를 이어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장 이용하기 좋은 대상이 나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것에 넘어가진 않으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법적 대응은 회사차원에서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태블릿PC를 그들이 부각시키는 만큼, 태블릿PC가 얼마나 중요한 증거였는지가 역설적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JTBC는 출범 초기에는 중앙일보 이미지 때문에 보수 논조라는 인식이 많았다. 지금은 진보 매체라는 인식이 많다. 이런 인식 변화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평소에 기자들에게 ‘우리는 지상파도 아니고 종편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그냥 JTBC라고 생각하자’고 자주 말한다. 아, 그건 물론 레토릭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는 데에는 필요한 레토릭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일한 4년이 박근혜 정권 4년이었고, 부딪힐 일이 많았으니 진보 매체라고 인식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그것은 그렇게 편을 갈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일 뿐, 우리는 우리가 어느 쪽에 해당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부 간부들은 JTBC를, 손석희 사장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나도 무슨 지라시라는 것 받아봤고, 기사가 나온 것도 봤다. 내가 평소에 하는 얘기가 있다. ‘지라시는 지라시일 뿐, 따라 하지 말자.’ 조직 간에 불협화음은 어디나 있는 것이다. 그게 해소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런 일에는 좀 무감한 편이다. 그런 데에 신경 쓰다보면 내 일을 못하지 않나. 그건 중앙일보 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기도 모두 일하느라 바쁜데 내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년 말에 사내 컨퍼런스에서 홍정도 대표가 신방통합, 그러니까 통합뉴스룸 전략을 철회했다고 들었다. 중앙일보하고는 이제 완전 분리인가.
“통합뉴스룸은 서로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차원에서 오랜 동안 추구해왔던 것이다. 그 준비 차원에서 소수이긴 하지만 인사교류도 해 온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 환경도 바뀌고 사내 여건도 변화해 와서, 과연 효율만 놓고 볼 때 합치는 게 낫느냐에 대한 재고가 있었던 거다. 따라서 인사 교류도 일정 기간 각자의 자리 찾기가 끝나면 특별한 경우 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중앙일보와의 논조 차이가 통합뉴스룸 철회에 이유가 됐나.
“통합뉴스룸은 지속적으로 얘기가 돼왔지만 내부적으로 의문시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게 효율적이냐 하는 문제가 생기는 거다. 방송은 점점 더 경쟁구도로 가고 있다. 경쟁하려면 더 전문화돼야 하는데, 신방통합으로 가다보면 에너지를 낭비하는 면이 있다. 논조 차이는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일 뿐이다.”
-2018년은 8시 메인뉴스 각축전이 예상된다. JTBC뉴스룸은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글쎄. 어쩌다 보니 우리가 타깃이 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해온 작업들은 대부분 기존의 뉴스 문법을 바꿔내는 것이었다. 우리가 시도해서 자리 잡은 포맷들은 이미 다른 방송사에서도 다 가져갔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심층취재, 앵커브리핑, 팩트체크 등이 다 그렇다. 비하인드 뉴스까지 다른 방송에서 하겠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니 이제는 누가 더 잘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우리는 더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기 위해 리포트 혁신팀도 만들었고, 거기서 나온 안들을 가지고 매뉴얼화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우리 기자들은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리포트혁신안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내러티브 혁신팀을 만들었는데 뉴스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에 대한 재고를 해보자는 것이다. 리포트 1분30초라는 게 정형화돼서 도입부, 전개부, 짧은 인터뷰, 정리부라는 순서가 바뀌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봐왔던 리포트에서 벗어나 보자는 거다. 그게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다른 좋은 예를 많이 스터디하고, 그 중에서 따라할 것은 따라하고, 또는 변형시켜 새로운 것을 찾는 방법론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것도 되고, 외국 것도 되고, 타 방송사 리포트도 스터디 대상이다. 2월 안에 혁신안이 나오고 그걸 매뉴얼화해서 매일 리포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면 JTBC 뉴스만의 문법이 차차 생겨나게 되리라고 믿는다. 단 우리는 매뉴얼이라고 한 번 만들어서 서랍 속에 먼지가 쌓이도록 박아두는 행태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매뉴얼이다.”
-MBC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이후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모두 새 출발 시켰다. 그 과정에 몇 가지 실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뭐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잘 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박성호 앵커와는 해직 당시 의견을 많이 나눈 사이다. 그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전해 듣기로는 100분 토론은 없어졌다는데 그건 좀 아쉽다. 17년 만에 막을 내렸는데 그 중에 8년을 내가 했으니 거의 절반을 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비록 떠났지만 애착이 있다. 언젠가 다시 부활되길 바란다.”
-JTBC에서 신년토론을 한다거나, 지난번처럼 가상화폐를 놓고 긴급토론을 하면 굉장한 반응이 있다. 토론에 적극적인 것은 예전에 100분토론에서 강제로 내려온 아쉬움이 있어서인가.
“그런 생각은 없다. 나는 방송은 공영이든 민영이든 공적 기능을 해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토론만큼 그런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은 없다. 그래서 ‘밤샘토론’도 만들고 있고, 가능하면 프라임타임 대에서도 가끔씩이나마 꼭 필요할 때 토론 프로그램을 하자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뜨거운 이슈는 토론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보도는.
“당연히 세월호 보도와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이기도 했지만, 그 보도들로 인해 일상적으로 고민해 오던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더 확실히 찾게 되기도 했다.”
-저널리즘의 본령을 자주 얘기하곤 했다. 손 사장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저널은 그냥 기록이다. 일기인 셈이다. 그런데 일기를 쓸 때 그냥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팩트만 기록할 수 없다. 아이들이 일기를 써도 자신의 관점이 들어간다. 저널리즘은 저널에 이즘이 합쳐져 있다. 어느 언론이든 관점을 가지고 기록할 수밖에 없다. 그 관점이 그 만큼 중요하다. 관점을 이루는 우리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라고 믿는다. 민주주의와 인본주의다. 너무 거창하게 얘기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쑥스러울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 두 가지다. 세월호 보도와 최순실 태블릿PC로 촉발된 탄핵정국 보도가 바로 그 두 가지에 해당된다.”
-‘어젠다 세팅’이 아닌 ‘어젠다 키핑’ 개념을 도입했다. 사실 이 단어는 손 사장이 2014년에 언론관련 학회에서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처음 사용한 후에 언론학계에서도 주목한 바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적용할 개념인가.
“간단히 말하면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어제 뉴스가 오늘 뉴스에 묻혀버리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꼭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슈에 대해 시청률 같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보도한다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얼마 전에 성균관대 심산 연구회에서 상을 주셨는데, 그 때 ‘지주반정(砥柱反正)’이란 글씨를 받았다. 굽이치는 강물에도 휩쓸리지 않고 굳건하게 바위처럼 버티면 결국 세상일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라 들었다. 나는 그 글씨를 받으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 온 어젠다 키핑과 같은 뜻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MB 녹취록과 관련해 연일 보도가 되고 있다. 이것도 굳이 적용하자면 어젠다 키핑인가. 추가로 확보한 내용이 더 있나.
“다스 핵심관계자가 녹음한 파일은 다 갖고 있다. 주요 부분을 풀어서 보도할 예정이다. 다스 관련 보도는 작년 10월에 처음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해왔다. 시작은 의외로 국제부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해외 지사를 장악해 나간다는 걸 해외 쪽에서 먼저 알아냈기 때문이다. 곧바로 특별취재팀을 꾸렸고, 지금은 탐사보도팀에서 맡고 있다. 그러면서 지속돼온 것이니 어젠다 키핑이라면 맞다.”
-아이템 발제에서 취재 보도, 게스트 섭외까지 모든 것을 챙기는 걸로 알고 있다. 이른바 ‘만기손람’ 리더십인데.
“엄청난 오해다. 아이템 발제에 대해 참견한 적 없다. 취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것까지 참견하고 챙겼으면 JTBC 뉴스가 여기까지 이런 모습으로 절대 못 왔다고 본다. 꼭 들어가야 할 아이템이 빠지면 서운한 소리를 하는 경우야 당연히 있는 것이다.”
-코너 중에 특히 ‘앵커브리핑’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 부분만 기다렸다 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인데.
“감사한 일이다. 이를테면 에디토리얼인데 앵커가 직접 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고민이 좀 있다. 첫째는 공감이고, 둘째는 방송 뉴스의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문장, 그리고 그것을 나나 제작진이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뉴스룸에선 끊임없이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송건호 언론상은 3년 만에 또 받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년 전에는 저 개인이 받았고, 이번엔 ‘뉴스룸’이 받았으니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의외였다. 감사한 일이다. 언론만을 대상으로 한 상 가운데 너무나 큰 의미가 있는 상이니까. 작년엔 뉴스룸 세트까지 디자인 대상을 받아서 거의 모든 상을 받은 셈이다. 상 받으려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기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일부 기자들이 지치거나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알고 있다. 인력 충원 계획은.
“최근 2~3년 간 JTBC는 상대적으로 많은 신입 기자들을 선발해왔다. 금년에도 열 명이 더 들어온다. 그럼에도 지상파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최근에 들어온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 시간이 지나 제 몫을 다 하게 되면 훨씬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내 눈이 잘못된 건가? 난 지친 JTBC 기자를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말하면 꼰대라고 하겠지만(웃음).”
-생방송 중에 기자들에게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져 당혹케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자들이 힘들어하진 않는지, 혹은 발전해가는 모습을 체감하시는지.
“생방송 중이라도 궁금한 부분은 발생한다. 그런데 나나 시청자들이 궁금한 것은 아주 기상천외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궁금해 할 만 한 것이라고 본다. 그에 대한 취재는 돼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또 혹시 취재가 안 돼 있다 해도, 취재해서 나중에라도 전해주면 되는 것이다. 우리 기자들은 그래서 현장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취재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게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이다. 요즘은 그렇게 당혹스러워 하는 기자는 거의 없다. 나는 우리 기자들이 최고의 방송기자여야 한다고 믿는다.”
-JTBC에 ‘포스트 손석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사장이 없는 뉴스룸에 대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포스트 손석희가 없다는 얘기는 너무 자주 들어서 좀 식상하기도 하다. 왜 없겠나?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은 지금도 손으로 꼽으라면 손가락이 모자란다. 그런데 좀 희한하다. 왜 나는 JTBC에 오자마자부터 지금까지 포스트 손석희에 대한 걱정을 들어야 하는지(웃음).”
-최근 뉴스타파 단독인데 JTBC가 단독이라고 해서 뉴스타파 쪽에서 항의를 했는데.
“이대목동병원 주사제 사용 관련보도를 말하는 것 같은데 당일 뉴스타파가 보도했다는 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취재과정에서도 제대로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찌됐든 뉴스타파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므로 공식적으로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의도가 없었다 해도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 변명만 된다. 꼭 이번 일 때문만이 아니라 해도, 단독을 붙이는 것에 대해선 더 신중해질 것이다. 특히 이제는 JTBC뉴스를 보는 눈이 전방위로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그건 우릴 위해 좋은 일이다. 단독에 대한 기준도 강화하고, 내친 김에 또 다른 센세이셔널리즘이 없는가를 다시 살피고 있다.”
-MBC와 KBS 파업 과정에서 손석희 사장의 MBC사장설, KBS사장설이 끊이질 않았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을 거라는 내부 불안감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향후 미래 계획은.
“언젠가 떠난다? 그건 맞는 얘기다. 누구나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다. 다만, 그 때가 언제가 적당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나나 회사나 후배들, 즉 3자가 공히 내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하는 경우에만 남는 것이다. 미래 계획 같은 것은 원래 잘 세우지 않는다. 다만 기회가 되면 어디가 되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은 있다.”
-학교로의 여지를 두셨다. 어떤 연구를 하고 싶나.
“우선 받아줄 학교가 있어야 이런 얘기도 가능한 거다(웃음). 다시 가게 되면 현업에서 했던 일을 정리해보고 싶다. 저널리즘학이나 매스컴학이 상당 부분 기존 현업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토대로 하는 작업인데, 정리하다보면 내 나름의 가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단 질문을 했으니까 이렇게 답했을 뿐이지, 내가 꼭 그 방향으로 간다는 건 아니다. 그냥 학교도 어디도 아무데도 안 가고, 아무것도 안하고 지낼 수도 있다. 사실은 그게 더 로망이다(웃음).”
-JTBC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냥 평상시에 필요하면 얘기하는데, 이걸 왜 여기서 얘기해야 하나? 무슨 ‘한끼줍쇼’도 아니고(웃음). 내가 가끔 잔소리도 하고 그러지만, 내 눈에는 우리 기자들이 모두 멋져 보인다. 방송생활 35년 째 들어가고 있고, 그 보다 옛날 기자들 얘기도 많이 들어봤지만, 지금 우리 기자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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