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연합뉴스) 올림픽봇=일본 아리사 무라타가 10일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글 결승 3경기에서 29.66점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최종 결선까지 오르며 메달이 기대됐던 서정화는 6위인 22.08점의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
연합뉴스 로봇기자가 이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연습 삼아(?) 써본 기사다. ‘올림픽봇’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올림픽 15개 전 종목 경기 속보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해 송고하는 로봇기자로 올림픽 개막에 맞춰 서비스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미디어전략부와 미디어랩(미전부)’는 국가기간통신사의 이 같은 시도 한 가운데 놓인 부서다. 뉴스챗봇, VR 콘텐츠 같은 뉴미디어 서비스도 올림픽을 통해 선보인다. 이 디지털 혁신 조직은 타 언론사와 어떤 다른 고민을 하나. 해당 시도가 국가기간통신사 정체성 구현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13층 회의실에서 만난 미전부원들은 동계올림픽 준비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150여명 규모 특별취재단을 꾸리는 등 올림픽에 대비하는 전사적인 분위기는 미전부라고 다르지 않다. 미전부는 이번 올림픽에 로봇뉴스, 뉴스챗봇, 모바일TV, VR뉴스룸, VR포토 등을 선보인다. 미전부로선 지난 2016년 5월 부서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온 프로젝트의 총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준비에 들어갔지만 미전부를 비롯해 같은 미래전략실 산하 경영전략부, 글로벌전략팀, 개발전략팀 등이 공조한 ‘누적된 성과’란 의미다.
‘올림픽봇’의 경우 ‘사커봇’이란 작업이 있었다. 지난해 7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사커봇은 로봇기자가 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기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경기종료 후 1~2초만에 기사가 게재된다. 해외 수십여 매체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온라인저널리즘 어워드’에서 수상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온 ‘올림픽봇’은 올림픽 종목을 맡게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구매한 데이터가 전송되면 로봇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기사를 내놓는다. 기사작성 메커니즘은 사커봇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쓴 것 같은 기사 표현 노하우 역시 물려받았다. 다만 종목별 특징에 따라 기사화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달라지는 만큼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방대한 데이터 중 자료를 선별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현재 불완전한 면을 보완해 비인기 종목 등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명덕 미전부 기자는 “게임 종료 후 IOC가 언오피셜 데이터를 먼저 푸시해 준다. 그런데 틀린 데이터가 있을 수 있다. 실격 등에 따라 오피셜 데이터가 오기 전 오보가 나갈 수 있다. IOC가 어떻게 할지 모르니 예측 안 되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통신사는 1분, 1초 빨리 송고하는 게 중요한 만큼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뉴스챗봇 역시 그간 미전부가 공들여 온 분야다. 지난해 4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국내 언론 최초로 대화형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 미전부는 올림픽에서도 AI챗봇이 경기 결과 등 뉴스를 전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올림픽에선 모바일·피시 웹은 물론 카카오톡·페이스북 등까지 제공 플랫폼을 확장한다. 개인별 맞춤형 뉴스를 제공해 능동적인 소비 경험을 주겠다는 취지다.
VR 영상과 사진 콘텐츠도 서비스 한 축을 담당한다. 미전부 콘텐츠 중 대중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아온 분야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오큘러스 등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듯 생생하고 실감나는 VR영상을 볼 수 있다. 기어VR용 앱 제작도 국내 언론사 최초로 이뤄졌다. VR포토로 경기장 가상투어를 해볼 수도 있다. 해당 콘텐츠만 담당하는 취재팀이 아예 따로 파견된다.
황윤정 미디어랩 차장은 "최근 만든 콘텐츠에선 이미 들어와 있는 해외 스키점프 선수들을 VR로 찍어서 마치 바로 코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생생함을 전했다. 이들을 다 같이 인터뷰 하는 건데 1대1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챗봇에 대해선 "아직 검색기반이고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구현하는 덴 한계가 있지만 이렇게 뉴스를 소비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을 주는 게 목표"라고 부연했다.
김태한 미전부 부장은 “현재는 올림픽 관련 서비스가 실제 적용돼 돌아가게끔 하는 게 큰 일”이라며 “이 자산들을 기존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어떻게 접목해 서비스를 확대할지가 고민이다. 뉴스챗봇 등도 올해 사업 계획으론 하고 있고 노하우는 남아 있지만 투자 대비 효율도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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