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를 지적 받은 강규형 KBS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 중인 KBS 구성원들의 총파업이 100일을 기점으로 분수령을 맞게 됐다.
12일 방통위 관계자는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11일 오후 강 이사에 대한 해임건의 사전통보를 했다”며 “직접 방문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11일 오전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 등 5명은 간담회를 열고 사전통보 돌입을 결정했다.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이사들 입장을 받아 살피고 점검사항, 문제점 등 의견을 나눴다. 위원장이 고유 권한인 행정처분을 위한 사전통지를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인호 이사장과 차기환 이사에 대한 인사조치는 추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
사전통보 절차는 이사 해임을 위한 방통위의 행정절차 돌입을 의미한다. 방통위는 징계수위만 명시된 감사결과 이행 대상을 특정했고, 행정절차법에 따른 수순을 밟고 있다. 다음 단계로는 ‘청문’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당사자 신청이 있을 경우 청문을 실시하고 시작 10일 전까지 통지해야 한다. KBS 이사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제청 건의를 하는 건 이후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 방통위원 5명 중 구 여권(자유한국당) 추천 인사는 1명인 만큼 의결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중인 KBS 구성원들은 100일차(12일)를 맞아 분기점에 도달한 셈이 됐다. 대통령의 해임제청안 결제 시 구 여권 이사 1명이 해임되고 현 여권이 보궐이사를 선임한다. 이사회 구도가 재편되면 고대영 사장 해임의결이 KBS 이사회에서 가능해진다.
이날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지역과 본사 조합원 800여명이 모인 총회에서 “고대영 체제 몰락은 시간문제”라며 “아직 완전한 승리 교두보를 만들진 못했다. 공사창립 이래 한 번도 적폐가 청산된 적이 없다. 이젠 KBS체질, DNA를 바꾸는 싸움을 현명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성 본부장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방통위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6일간 단식을 종료했다. KBS구성원들은 지난 5일부터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175시간째(12일 오후 7시 기준) 릴레이 발언을 진행 중이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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