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응원하는 국민 많아…지친 마음 추스르고 견뎌냈으면"

[릴레이기획] 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 ⑤카피라이터 정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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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물러나라’ 외치는 MBC 구성원들 영상에 감동…카피 문구 배포
언론적폐 청산 못하면 대한민국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파업이라 쓰고 파워업이라 읽는다. 힘내시게, MBC 파업’ ‘김장겸은 당장 퇴진, 부역자도 당근 퇴진’ ‘더는 추한 꼴 보이지 말고 이제 그만 가지 그래’ ‘김장겸 의문의 1승. 까도 까도 끝없는 적폐에 양파 항복선언’ ‘우리 마눌님은 음악만 나오는 라디오를 즐겁게 듣고 있답니다’


지난달 25일 정철 카피라이터는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글을 올렸다. 파, 당근, 가지, 양파, 마늘 등 야채들이 MBC 파업을 응원한다는 콘셉트로, 해당 야채가 문장에 포함된 지지 문구였다. 그는 “대한민국 민주 야채들이 MBC 파업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며 카피 문구를 널리 사용해 달라고 했다.



MBC에 아는 기자 한 명 없는 그가 카피 문구까지 만들어 올린 이유는 뭘까. 16일 강남구 수서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김민식 MBC PD의 영상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로비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치는 김 PD와 연이어 동참하는 다른 MBC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는 것이다.


“저 친구들 용기 있다, 멋지다,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단히 뭔가를 아는 것은 없지만 언론의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공범자들’이라는 다큐 영화를 보며 어떤 흐름으로 공영방송에 문제가 일어났는지 이해했던 것도 도움이 됐죠.”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MBC와 KBS 파업을 지지하고 싶었다. 30년 이상 광고업계에 종사해온 베테랑 ‘광고쟁이’로서, 광고쟁이들의 화법을 통해 이슈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부터 사회적 이슈에 계속 목소리를 냈어요. 세월호 참사나 국정교과서 문제, 촛불집회 때도 참여했죠. 이름 있는 정치인은 짧은 발언만 해도 화제가 되지만 저 같은 사람은 그냥 얘기한다고 들리지 않잖아요. 재미와 의미 두 가지를 담은 카피 문구로 사람들에게 이슈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싶었죠.”


▲정철 카피라이터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파업지지 카피들.

MBC 파업 지지 문구도 그렇게 탄생했다. ‘광고쟁이’로서 습관화돼 있는 새로운 발상과 재밌게 접근하기를 통해 하루 만에 문구를 뚝딱 만들어냈다. “일반 시민들에게 파업을 알리고 싶은 마음과 파업하면서 힘들게 싸우는 MBC, KBS 직원들이 본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어요. 제 카피 문구를 보고 ‘이렇게 응원하는 사람이 많구나’ ‘자기 재능을 살려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실제로 제 카피 문구에 MBC 직원이 잘 사용하겠다는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어요.”


MBC와 KBS 파업을 지지하는 그는 그러나 파업 이전엔 이들 방송을 잘 안 봤다고 했다. “말도 안 되게 딴청 피우고, 알면서도 고개 돌리는 뉴스들을 보며” 민낯이 드러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고대영, 김장겸 등 공영방송 사장이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그 힘은 직원들의 파업과 국민의 호응으로서 가능하다고 했다.


“청와대, 정부,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이 힘을 동원해 개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선 결국 국민이 사태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해요. 사장과 부역자들은 끝까지 저항하겠지만 결국 국민의 지지와 응원이 강하다면 김장겸 따위가 안 내려올래야 안 내려올 수가 없으니까요. 시기는 조금 더 걸릴 수 있겠지만 결국엔 그런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국민들이 안 보는 것 같아도, 모르는 것 같아도 MBC와 KBS의 파업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당장 큰 반응이 없어도 결국 결정적인 순간엔 힘으로 작용할 거라고도 말했다.


“직원들이 자기 자신에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잘 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지친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투쟁하셨으면 합니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틀림없이 국민들에게 들리고 보일 테고, 결국 그들이 이 사태를 견인해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확신, 믿음을 갖고 계속 견디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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