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 간부 5명이 "MBC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 동참하겠다"며 보직자리를 내려놨다. 지난달 4일 총파업 돌입 이후 지역사 간부가 실명으로 보직사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목포MBC 김성환 경영심의부장, 이순용 편성제작부장, 김순규 콘텐츠마케팅부장과 여수MBC 김지홍 편성제작부장, 이준 기술부장은 13일 "지역MBC의 미래를 찾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보직을 내려놓는다"며 "지역MBC의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을 지켜보면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어딘지'를 오랜 시간 숙고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만천하에 드러난 국정원의 방송장악 시나리오를 직·간접적으로 충실히 이행해온 지난 7년간의 MBC 경영진은 공영방송 실종, 신뢰도 추락, 불공정한 인사, 무능한 경영의 결과를 빚어냈고 결국 노동조합의 최후수단인 파업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작부터 마음은 ‘돌아오라 마봉춘’이었지만, 보직자로서 하루하루 연명하는 회사를 지키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여겼다"며 "MBC 경영진은 여전히 극단적 정치편향의 한쪽 편에 선 채 회사의 미래보다 개인적 자리보전에만 연연한 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MBC의 존재의미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되는 길은 김장겸 사장, 우리를 임명한 지역MBC 사장 등 경영진의 용퇴"라며 "우리의 이 같은 결정은 MBC맨으로 살아온 역사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한 부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파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이라 힘을 보태기 위해 결심하게 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지역MBC 미래에 대한 고민과 후배들을 향한 마음의 빚도 이번 결정에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 간부들의 보직 사퇴는 정의고, 그렇지 않은 게 부정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임금을 조합에 파업기금으로 내놓는 분들도 있다"며 "회사를 지키는 것은 구성원들의 몫이다. 어떤식으로 지킬 것인가 고민하면서 이 싸움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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