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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파업은 ‘사필귀정’…언론인들 힘내라”

[릴레이기획] 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 ④ 해직언론인 논문 집필한 김세은 강원대 교수

이진우 기자2017.10.10 19:59:53

“독재정권도 아닌데 금방 해결될 거라고 믿었어요. 해직언론인 문제를 ‘연구 주제’로 놓고 논문을 쓸 지경까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죠. 안이하고 순진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정치권력의 언론 통제는 갈수록 교묘하고 냉혹했다. 유신시대와 80년의 언론인 대량해고 사태는 지난 2008년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되살아났다. 당시 해고된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YTN 기자는 9년이 지나서야 돌아왔고, 6명의 MBC 해직언론인들은 5년째 복귀를 못하고 있다.


▲김세은 강원대 교수.


최근 학술지 '언론과 사회'에 <'신'해직 언론인의 압축적 생애사를 통해 본 한국 정치권력의 언론 통제> 주제로 기획 논문을 발표한 김세은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정언론을 훼방하는 정부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사람들을 해고하고, 정직과 부당전보로 수백여 명의 숨통을 조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신시대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을 위한 계획이 매우 구체적이고 악질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6000여명의 KBS MBC 구성원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공범자들이었던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지도 벌써 38일째. 기자협회보는 지난달 25일 ‘2016년 MBC 경영평가보고서’ 방송II 분야(보도 시사 분야) 집필을 담당한 김세은 교수를 만나 정권의 언론장악 행태와 현 파업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김 교수가 보고서에서 MBC 보도의 불공정성을 지적하자, 무리하게 수정요구를 하더니 사실상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김 교수는 이에 반발해 공개토론을 제안한 상황이다. 11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MBC 구성원들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등의 해임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경영평가보고서에서 드러난 MBC 보도의 문제점은


"보고서 때문에 모니터를 하게 됐는데 ‘뉴스를 볼 수가 없는 정도’더라. 제대로 된 아이템은 거의 없었고, 시청률 2%대인 리포트가 수두룩할 정도로 질이 떨어졌다. <100분 토론>에서 문제 있는 패널들을 출연하게 한 점도 충격이었다."


-지난 경영평가보고서에는 MBC 보도의 불공정성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그동안 연구자들이 관심을 안 가진 건 책임방기라고 본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언론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 혹은 언론인이라면 공론화시켜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탰어야 했다. 다만 이번 파업 사태에 이르면서, 비가시적인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는 매체들이 늘어나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가해자들에 대한 기록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안광한 MBC 전 사장을 비롯해 김장겸 사장 등 여러 간부들이 이후 어떤 행동을 했고 그 대가로 어떤 것을 받았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공영언론이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배구조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인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지시가 내려왔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 언론인의 직업정신과 양심의 문제다. 결국 제도는 좋은 저널리즘을 고심하는 언론인이 되도록, 활동을 보장하는 수준의 역할만 있으면 된다. 이를 테면 ‘기자 전문화’를 위한 교육 따위 등이다."


-파업 사태는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방송통신위원회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무리할 필요 없이 불법 위법 사례만 찾아도 차고 넘칠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합당한 조치를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방문진과 경영진 사퇴 문제 모두 해결될 것이다. KBS 문제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파업 이후 남은 과제는


"새로운 공영방송, 정상화된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내부 토론을 활성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출신지역, 학력, 성별 등으로 이뤄진 구성원들이 토론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판가름하는 것이다. 공영언론에서 미디어비평이나 탐사보도와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정부의 언론장악으로 위축되지 않았나. 정치논리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정상화 이후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전문성 구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파업을 하고 있는 언론인들에 한 마디


"반드시 바른 곳으로 돌아갈 거라는 ‘사필귀정’을 믿는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만 봐도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드러나지 않았나. 이번 파업 사태에서 사필귀정을 이끌어내는 힘은 언론인들에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때까지, 되돌아봤을 때 즐겁고 가슴 뿌듯한 기억으로 소환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내길 바란다."


"또 이번 일을 통해 언론인 스스로 엘리트주의를 깨고 고통 받는 약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언론인으로서 사명과 역할에 대해서 철저하게 성찰하고, 정상화가 되면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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