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악문건, 김재철에 직접 전달…PD수첩 물갈이 이어져"

검찰 조사 받은 김환균·최승호·이우환 PD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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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은 지난 2010년 3월 2일날 생산됩니다. 그 문건 상단을 보면 ‘대외비’로 명시돼있고, ‘3월 4일날 파기하라’고 돼있어요. 그 문건이 국정원에서 김재철에 전달되고 모두 숙지한 다음에는 파기하라는 지시였던 것이죠.”


‘MB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환균 MBC PD(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가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 MBC 노조사무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당 문건은 반드시 국정원이 직접적으로 김재철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서울 상암동 MBC 노조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MB블랙리스트로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MBC PD수첩 전 제작진이 발언하고 있다.

김 PD는 “2009년 11월 28일에 ‘대통령과의 대화’를 방송했다. 12월에는 PD수첩이 방송분에서 했던 얘기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쾌감을 느낀 것 같더라. 당시 엄기영 사장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게 임원회의 때 전해졌다. 그래서 결국 엄 사장은 수순에 따라 퇴출됐고, 지방사 임원진 중 호남 출신들이 대거 물갈이 됐다”고 전했다.


이후 2010년에 김재철 사장은 선임되자마자 시사제작국장을 경질했다. 또 PD수첩 제작진을 교체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김 PD는 “김 사장이 오고 정확히 1년 만에 PD수첩 대학살, 인적물갈이가 단행됐다. 국정원 문건은 새 정부에 순응하고 충성하는 사람들로 MBC를 채워야겠다는 계획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검찰 조사를 받은 최승호 PD도 참석해 김재철 사장을 국정원 문건의 실행자로 지목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PD는 “문건에는 ‘VIP일일보고’라는 게 명시돼있다. 2010년 11월 4일자에 작성된 것으로, ‘최승호 PD 전출’ ‘김미화 교체’ ‘추적60분 담당PD 인사조치’ 등이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최 PD는 “당시 PD수첩은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이 불방된 이후의 상황이다. 집권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네들의 정책을 통째로 부정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불편했을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냈고, 당시 남부지법 재판부는 국책사업에 대한 공영방송의 정당한 검증이고 틀린 내용이 없다며 기각했다. 그럼에도 김재철 사장은 해당 아이템을 불방 조치했다”며 “결국 2011년 3월 저를 비롯한 6명의 PD들이 PD수첩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이우환 PD와 최승호 PD, 정재홍 작가.(왼쪽부터)


당시 PD수첩 제작진이었던 이우환 PD는 “현재 보도자료로 공개된 내용은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의 70~80% 정도다. 나머지 내용을 보면 ‘좌파’ ‘좌경화’ ‘좌빨’ 등 국가공식문서에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단어들로 도배가 돼있다. 국가권력이 공영방송을 ‘간첩’ 보듯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PD는 국정원 문건에 ‘시사제작국을 보도본부 산하로 끌고 온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도 폭로했다. PD수첩과 같은 시사보도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고자 보도본부 아래로 조직개편을 시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허유신 MBC본부 홍보국장은 “국정원의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 올해까지도 이어진 게 새롭게 확인된 것”이라며 올 초 2월에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사장 면접 심사에서 김장겸 등 면접대상자들이 ‘시사제작국의 이동 조치’ 계획을 밝힌 것을 예로 들었다. 당시 김장겸 사장 후보자(현 사장)는 “PD의 시사문제를 다루는 것을 PD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게 우리나라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을 한꺼번에 어떻게 바꿀 수 있나. 시사제작국을 보도본부 산하로 끌고 온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최승호 PD는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 PD는 “검찰은 국정원TF에서 전해준 자료를 보고 조사하고 있는데, (내가 봤을 때) 지금 확보하고 있는 양이나 질적 수준이 좀 떨어진다. 압수수색 등 검찰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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