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올라 파업 알리고 소원 비는 기자들

제24회 한국기자협회 등반대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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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에서도 기자들은 투쟁 중
이번 속리산 등반대회에는 한 달 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MBC 기자들에게 ‘공영언론의 정상화’를 알리는 뜻 깊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승용 MBC 기자는 “파업 중에 행사가 열려서 손 팻말을 준비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메시지가 담긴 피케팅으로, 등산객에게 현 언론의 상황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피켓을 본 많은 등산객들이 스스로 다가와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추석 전에 김장겸 사장이 물러나고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현 파업 상황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속리산 등반대회에 참석한 MBC 기자들이 공영방송의 파업사태를 알리는 피케팅을 벌였다. 김용진 중계PD(사진 왼쪽), 이승용 기자(오른쪽).

지난 4일부터 KBS, MBC 기자 6000여명은 이인호 KBS 이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등 그간 보도 몰락의 주역으로 꼽히는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문장대 3번 오르면 소원 이뤄진다
해발 1054m 속리산 문장대에 오른 기자들은 산이 산을 품으며 물결치는 모습을 눈에 넣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으며 등산의 기쁨을 누렸다. 아버지인 김용철 한겨레 기자를 따라 세심정, 신선대를 거쳐 3시간 50분의 산행 끝에 문장대를 밟은 김경 군은 “길이 험하고 힘들었지만 문장대에 올라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종순 전라일보 기자는 부인 이춘숙씨, 딸 덕현 양과 함께 문장대에 올랐다. 김 기자는 “15년 전부터 매년 등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자식들이 몸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하며 산에 올랐다”고 했다. 노경아 이투데이 기자는 남편 양정식씨와 함께 문장대에 올랐다. 노 기자는 “20여년 만에 문장대에 오르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문장대를 3번 찍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내년에 다시 와서 3번을 꼭 찍고 싶다”고 말했다.

피톤치드 한가득…‘세조길’ 인기
지난해 새롭게 개통된 ‘세조길’은 기자 가족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속리산과 인연이 깊은 조선시대 세조 임금의 이름을 딴 세조길은 속리산 법주사~세심정 구간(총연장 2.35㎞)에 새롭게 조성된 우회탐방로다.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그대로 체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고된 산행 끝에 문장대에 오른 기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용철 한겨레 기자, 노경아 이투데이 기자, 김용철 기자의 아들 김경 군, 노경아 기자의 남편 양정석씨.

3년 만에 등반 행사에 참석한 최선욱 중앙일보 기자는 “어제 타사 동료가 속리산 행사에 간다고 해서 함께 산에 올라 동동주를 마시려고 따라오게 됐다”며 “올라오는데 전과 다른 길이 생겼더라. 다른 길로 오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했다. 도영진 경남신문 기자도 “선배들이 등반하면 맛있는 술 사주겠다고 하셔서 따라왔다. 등산 목적이 술이었는데 이번에 꼭 목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쾌적한 숙소·다채로운 레크리에이션
산행 후 저녁에 이어진 레크리에이션과 경품 추천은 새로운 포맷으로 진행돼 기자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특히 이날 레크리에이션은 단체로 참여하는 기차놀이와 춤 솜씨를 뽐내는 자리가 이어져 회원 가족들의 화합을 다지는 시간이 됐다. 또 태블릿PC와 압력밥솥, 전기그릴 등 다채로운 경품은 기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안선영 아주경제 기자의 모친인 김무경씨는 “딸 셋인데 그 중 첫째가 기자다. 매우 자랑스럽다”며 “이번에 레크리에이션 때 보니 잘 뛰더라. 경품으로 커피메이커와 체중계를 탔다”고 전했다. 아내와 행사장을 찾은 송문용 중부매일 기자는 “기자협회 회원 가족들이 1년에 한번씩 속리산에서 만남의 기회를 갖게 해줘서 감사하다. 각자 일터에 떨어져있는데 만남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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