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보도국 앞 게시판에 게시된 CBS 기자들의 반성문.

CBS 기자들이 최근 시사IN에 보도된 이희상 전 대전방송본부장의 인사 청탁 문제와 관련해 반성문을 썼다.

한국기자협회 CBS지회 보도국 기자들은 10일 ‘우리부터 통렬히 반성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반성문을 통해 “엄청난 자괴감과 모욕감에 휩싸였지만 CBS 애청자와 노컷뉴스 독자들에게 구성원으로서 미력하나마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도국 기자들은 “이희상이 CBS 대전방송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청탁할 수 있던 배경에는 보도국 산업부장 출신이라는 경력이 있었다”며 “CBS에서 이희상은 산업부장을 거쳐 지역 본부장이라는 보직 간부로 승승장구했다. 이희상이 언론인으로서는 해서 안 될 수치스러운 청탁을 건넬 ‘용기’를 가졌던 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조직 문화와 도덕성 해이의 방증일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들은 그러면서 CBS 애청자와 노컷뉴스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기자들은 “CBS를 사랑하는 애청자와 노컷뉴스 독자 여러분에게 보도국 출신 이희상이 재직 중 삼성그룹 임원에게 아들 인사 청탁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아울러 CBS 기자 개개인은 이번 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지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독재정권에 굴하지 않고 자본에 맞서 냉철한 기사로 싸우던 CBS 정신이 훼손된 현실을 똑바로 보고 기자윤리와 기자정신을 되살릴 것을 약속드린다”며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적당히 타협한 적은 없는지, 이런 병폐가 이번 사태의 자양분이 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겠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CBS 기자들은 CBS 정신과 원칙이 훼손되는 어떤 일도 완강히 거부할 것을 천명한다”며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계하겠다. 다시 한 번 CBS 정신으로 무장하고 애청자와 독자들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영철 CBS 지회장은 “사실 이번 일은 개인적 일탈로 보기에도 충분한 사건이었다. 구성원 중 개입한 사람도 없고 개인적으로 인사 청탁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반성문을 쓴 건 독자와 청취자 입장에서는 온전한 개인이 아닌 CBS에 몸담았던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없겠지만 저런 생각을 하기까지 과정에 대해 구성원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우리 스스로 재벌과의 유착, 부적절한 관계를 엄격하게 경계하고 점검해보자는 취지에서 반성문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반성문을 내기는 했지만 노조가 회사에 요구했던 세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지회도 같이 공조하고 있다”며 “회사 역시 이 사태에 대해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BS 노조는 지난 8일 “회사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유감, 그리고 일벌백계의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며 △회사의 정확한 사실 해명 및 반성과 유감 표명 △CBS 전 직원을 향한 이희상의 사과문 작성 및 공개 △이희상에 대한 CBS 명예훼손 소송 진행을 요구했다.

회사는 이에 8일 한용길 사장 이름으로 “부정한 인사 청탁에 전직 CBS간부가 연루된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CBS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특히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성희롱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CBS 한 관계자는 이희상의 사과문 작성 및 공개와 관련해서는 “노조가 요구한 만큼 미디어국장이 지속적으로 연락해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