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들이 9일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또 이날 전국MBC기자회와 콘텐츠제작국이 제작거부 동참 의사를 밝히고 내주 총회를 앞두고 있는 취재기자들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등 블랙리스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MBC 영상기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12년 170일 파업이후, 보도영상부문이 공중분해 되었다. 발기발기 찢겨져 노예들처럼 살아온 MBC영상기자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스스로 밝히기 위해 제작중단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사이자 사회적 공기를 자처하는 언론사에서 직원들을 블랙리스트를 통해 소·돼지처럼 등급분류하고,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했다. 개인의 인권을 처참하게 침해했다. 하지만 신속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진상조사의 진행은 고사하고 괴문서 운운하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국MBC기자회도 <이게 정녕 공영방송인가...블랙리스트의 진실을 밝혀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어디 카메라기자 뿐이었겠는가? 기자와 PD,아나운서 등 해고와 징계, 전보로 얼룩진 지난 두 정권 아래 MBC의 신뢰도가 왜 몰락했는지, 왜 시청자인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됐는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알게 됐다”며 “법대로 하자. MBC뉴스가 바로 서고 MBC가 재건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블랙리스트 작성자와 관여자 전체를 단죄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도 더 이상 MBC를 방치하지 말라”고 강조하며 “우리의 간절한 외침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 달라. MBC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신속하게 밝혀라.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PD수첩> 제작 중단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제작 자율성을 쟁취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방송을 제작할 수 있을 때 까지 제작을 중단하겠습니다.”
<MBC스페셜> <사람이 좋다> <출발 비디오여행> 등 10여개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콘텐츠제작국도 성명을 통해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MBC 경영진은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PD들에 대한 ‘찍어내기’ 인사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철저히 유린했다. 신입 PD 채용은 중단되었고, PD들을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신사업개발센터나 지방축제 행사 유치를 담당하는 경인지사 등으로 유배시켰다. 이 같은 파괴 행위는 공영방송의 포기 선언과 다름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경영진은 노골적인 아이템 검열도 서슴지 않았다. 2014년 4월, 당시 김현종 콘텐츠제작국장은 세월호 아이템을 제작하던 <MBC 스페셜> 담당 PD에게 제작 중단을 지시했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관련한 아이템에 대해서도 ‘전부 민주노총 소속인 다큐멘터리부 피디들이 제작하면 안 된다’라며 취재를 가로막았다”며 “경영진이 공영성에는 눈을 감고 정권에만 구애하는 사이, MBC는 조롱거리가 됐다”고 폭로했다.
MBC는 이날 <특정 문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로 엄중한 조처를 내리겠습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특정인이 작성한 이 문건은 구성원 내부의 화합을 해치고 직장 질서를 문란 시킨 중대한 행위”라며 “회사는 그동안 내부 화합과 사기 진작, 경쟁력 제고를 위해 내부의 편 가르기와 구성원간의 상호 비방, 매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왔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문건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 영상기자회를 포함한 전사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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