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이어 2580까지...무더기 제작거부 선언

MBC정상화 될 때까지 이어갈 예정

MBC <PD수첩>에 이어 시사제작국 소속의 <경제매거진 M> <시사매거진 2580>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등도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그간 사측이 정권 비판적인 아이템을 방영 못하게 묵살하고 비호하는 등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게 이들의 거부 사유다. MBC의 대표 보도제작프로그램이 무더기 제작거부에 돌입함으로써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결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0여명의 시사제작국 제작진이 제작거부 선언을 발표했다.

3일 시사제작국 소속 30여명의 기자와 PD는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 자율성 침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김장겸 사장이 사퇴하는 날까지 제작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들은 전날 <단죄의 첫걸음은 시작됐다>는 제목의 성명에서도 “MBC의 공정성을 말살시킨 김장겸, 김도인, 조창호는 사퇴하고 PD수첩 이영백 PD에 대한 대기발령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결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PD수첩팀의 김현기 PD제작중단을 선언한지 오늘로 꼭 14일째를 맞았다. 제작 자율성 문제를 제기한 이영백PD는 대기 발령됐고, 시사제작국 소속의 기자와 PD 상당수가 제작중단에 돌입하는 사상초유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이후 사측은 현 상황을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제작국 제작진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피케팅하고 있는 모습.

기자 11명 중 8명이 제작거부에 동참한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도 PD수첩과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세월호, 4대강, 국정원 등이 금기어였다. 생방송 오늘아침도 세월호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특집 방송을 준비하던 PD들은 세월호 유가족 우는 장면을 빼라는 지시를 받았다. 생방송 오늘 저녁의 4대강 관련 방송도 검열됐다. 경제매거진 M에서는 소비자고발 코너 ‘Y리포트를 제작하던 PD를 강제발령 낸 뒤 해당 코너를 없애버렸다. 저항하는 기자와 PD는 쫓겨나기 이르렀다.

 

시사매거진 2580팀의 노경진 기자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련된 아이템을 기획하고자 희망했다. 하지만 수많은 벽에 부딪혔다. MBC는 이제 제대로 된 보도를 하는 언론사로 여겨지는 게 아닌, 조롱거리나 뉴스거리로 전락했다사회의 공기 역할을 못하고 이렇게 서게 된 건 개인적으로나 한 조직원으로서 부당함을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기자는 “MBC는 지난 2012년 파업 이전과 이후로 반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송 직전까지 문장 하나, 발언 하나 시시콜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애초 기획했던 아이템과 다른 게 나가게 됐다. 이 상황에서 방송해봤자 무의미하고 시간 때우기 영상밖에 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해악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생방송 오늘 저녁팀의 김동희 PD.

생방송 오늘 저녁팀의 김동희 PD생방송 오늘 아침과 저녁은 생활정보밀착형 프로그램이지만 제작 자율성 침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PD수첩을 거쳐 온 시사교양 PD로서 그간 동료들이 어떤 일을 겪었고 방송을 제작 중단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동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울컥하는 마음에 잠시 말을 멈춘 김 PD밖에 계신 선배들의 연락을 가끔 받는다. ‘방송 잘봤다’ ‘왜 이런 방송을 너가 했느냐는 등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제가 자포자기한 방송을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밖에서 본 선배들이 있었다는 거에 가슴이 아팠다이번 제작거부 선언은 눈감고 자포자기한 저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고 계속 이렇게 갈수 없다는 생각에 비롯됐다. MBC가 정상화되는 시점까지 제작중단을 선언하며 끝까지 함께 할 것을 결의한다고 전했다.

 

이날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MBC는 오랜 역사를 가진 싸움의 기록들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자와 PD가 함께 제작중단에 돌입한 건 처음있는 일이라며 그만큼 김장겸 사장 체제 하에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어떻게 망가졌는데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정통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에 몸담고 있는 기자와 PD들의 선언은 김 사장 체제 내 보도프로그램의 사망과 같다고도 표현했다. 그는 비제작부서로 쫓겨나있는 구성원들도 동참할 열의는 강하다며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이날 MBC<문제의 PD수첩 기획안 전문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제작거부 사태에 대해 반박의 입장을 표명했다. MBC“PD수첩 제작진은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 아이템이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를 취재하려던 기획이었으나, 회사가 부당하게 승인하지 않았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이에 회사는 문제의 기획안을 공개함으로써,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 기획안에는 주장시선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새로 발굴된 사실 관계의 제시는 없다. ‘팩트가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만을 나열하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PD수첩이 결코 밟아서는 안 되는 길이라고 해명했다. MBC따라서 이번 PD수첩 제작거부 사태의 본질은 제작 자율성의 침해가 아니라, 공정성 위반 소지를 방지하려는 회사의 정당한 데스킹과 제작 가이드라인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맞섰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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