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목·금 재판…국정농단 진실 알리려 줄서가며 취재

이재용·박근혜 재판 남기고
국정농단 관련재판 8부 능선
법정 나와 말 바꾸는 증인들
한겨레·시사인 지면 중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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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심 선고가 있던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소보다 30분~1시간 정도 앞당겨 기자실로 출근한 법조 출입기자들은 피의자 관계나 공소사실 등을 정리하고 지면계획을 세웠다. 통신사 A기자는 “선고일이어서 그런지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였다”며 “나도 점심 때 밥이 안 넘어 가더라”고 말했다. 


오후 2시10분, 311호 중법정. 방청석과 뒤쪽으로 마련된 44석의 기자석이 대부분 차자 이윽고 재판부가 입정해 선고를 시작했다. 재판장이 판결이유를 읽어 내리는 동안 타자를 치는 소리가 따라 붙었다. 피고인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려고 줄까지 서 방청석에 섞여 앉은 몇몇 기자들은 한 글자라도 못 들을까 집중한 얼굴로 타자를 두들겼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실시간으로 전송된 내용은 곧 속보가 됐다. 이날 재판부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제외한 이들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기자들이 지난달 27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심 선고가 끝난 후 호송차에 오르는 피고인들을 취재하고 있다.


마무리되는 국정농단 재판
5월 비선진료 사건부터 시작해 국민연금 외압, 이화여대 학사비리, 그리고 이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까지 국정농단 관련 재판은 대부분 1심 선고가 마무리됐다.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삼성 뇌물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재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재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7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고 삼성 뇌물을 비롯해 18개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는 10월 중으로 예상된다.


신한슬 시사IN 기자는 “삼성 재판은 이달 안에 끝나는 데 반해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사이즈가 훨씬 크다”며 “40~50%는 삼성 관련 문제고 K스포츠재단 등 재단 문제에 블랙리스트 혐의, 롯데와 SK 뇌물 문제까지 걸려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선고에서 거의 모든 피고인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자들은 대체적으로 재판부가 특검과 검찰의 기소 내용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제지 B기자는 “선고가 그렇게 나고 있다”며 “남은 건 이재용 뇌물 사건인데 어떤 판단을 받느냐가 중요하다. 판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가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C기자도 “유죄 판결은 당연히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통신사 D기자는 “이때까지 경영자에 대한 선고는 많이 엇갈렸다”면서 “이재용 재판이 워낙 사안이나 쟁점이 복잡하다. 출입 기자들도 쉽사리 결과는 예상 못 해 유무죄 판단이 5대5 비율”이라고 말했다.

산발적 보도 아쉬움에 법정 중계
재판이 많아지면서 서울중앙지법 출입기자 수는 70명 수준에서 90명 가까이 늘어났다. 재판 열기도 방청권까지 나눠줄 정도로 뜨겁다. 반면 열기와 사뭇 다른 증인들의 침묵이나 말 바꾸기는 기자들을 맥 빠지게 한다. 이소영 연합뉴스TV 기자는 “조사가 강압적으로 진행됐을 수도 있고 원치 않는 방향으로 조서가 쓰였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서명까지 하고 법정에 증거로 나온 내용인데 갑자기 말을 바꾼다”면서 “박근혜 재판에 나온 삼성 관계자 5인 모두 증언을 거부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증언 거부가 아니라 ‘이날 여기 나와서 조사를 받았냐’는 질문까지 증언 거부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열린 뇌물혐의에 대한 첫번째 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보도에 대한 아쉬움 역시 크다. B기자는 “어느 순간부터는 전체적인 흐름을 쓴다기보다 그날그날 나온 특이한 내용이나 발언 정리 아니면 스케치 위주로 가고 있다”면서 “특히 박근혜 재판은 다른 재판에서 나왔던 내용이 이제야 나오기 시작해 묻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E기자도 “봐야 할 재판이 많아 현실적으로 주어진 지면 채우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며 “기획도 하고 심층적으로 재판을 조명하고 싶지만 단편적인 기사만도 벅차다”고 했다.


일부 매체에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면 중계 등의 기획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6월3일부터 토요판에 ‘법정 다큐, 수인번호 503’이라는 이름으로 재판 기록을 남기고 있다. 시사IN 역시 지난 1월19일부터 검찰이나 피고인 등의 주요 질답을 담은 ‘박근혜·최순실 법정 중계’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신한슬 기자는 “동기인 김연희, 이상원 기자와 함께 3명이 돌아가며 연재하고 있다”며 “재판 기록은 공개가 안 되기 때문에 이 정도 중요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주요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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