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은 물러나라”.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 200여명의 기자, PD 등 MBC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MBC기자협회를 포함해 43개 전국 MBC 직능단체와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김장겸-고영주 퇴진 MBC 비상행동’ 출범식에 참여하고 ‘최후의 투쟁’을 선포하기 위해서다. 전국 단위 범 MBC 협의체 결성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비상행동의 출범은 공정방송의 가치가 무너지고 최악의 노동탄압이 자행된 MBC의 암흑시대를 이제 끝내겠다는 시청자와 국민을 향한 다짐”이라며 “비상행동은 설문결과로 드러난 MBC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아, 김 사장을 퇴출시키는 그날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C본부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김 사장의 거취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설문 응답자의 95.4%가 사장의 사퇴를 바라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언론은 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MBC는 올곧은 목소리,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기자들을 거리로 내쫒았다”며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MBC와 김 사장은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MBC가 정상화되는 그날까지 기자협회도 힘을 모으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최근 MBC 사옥 근처에 ‘퇴진의 요정’ 포스터를 붙였다는 이유로 MBC로부터 경위서를 요구받은 박소희 기자도 이날 발언대에 섰다. 박 기자는 “보도국 막내 공채 후배들의 대자보부터 시작해 ‘김장겸 물러나라’를 외치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내부 상황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특히 ‘MBC 폐기처분해라, 망해라’ 라는 시청자들의 댓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페이스북에 ‘퇴진의 요정’ 포스터를 올렸는데 400여명이 넘는 응원의 메시지가 달린 것을 보고 아직 우리의 진심을 아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수뇌부들의 사유물로 전락한 MBC를 많은 선후배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정상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사내에서 ‘김장겸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김민식 PD도 퇴진 운동에 힘을 보탤 것을 다짐했다. 김 PD는 “지난해 촛불집회 때 3대 적폐를 얘기했다. 재벌과 검찰, 언론 개혁”이라며 “재벌과 검찰 개혁은 자신없지만 언론개혁은 MBC 직원인 내가 해봐야 하는 일 아닌가. 김장겸은 물러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금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 13일 심의국으로 발령됐다. 당시 인사위는 54쪽에 달하는 소명서를 읽는 김 PD의 소명을 도중에 제지했다. 결국 정회된 인사위는 오는 21일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김 PD는 당초 인사위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할 예정이었으나 인사부 직원과 안전관리 요원들의 제지로 무산됐다. 대신 입구에 들어가기 전까지 동료 PD, 기자들과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친 모습이 페북 라이브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17일 기준 400여건의 댓글과 870여건의 ‘좋아요’ 등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MBC본부는 “취업규칙 69조는 인사위에 회부된 직원에게 소명권을 보장하고 있는데도 이의 중단을 요구했다”고 반발하며, “김 PD의 징계 상황을 계속 특보와 페이스북을 통해 조합원들과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지난 10년간 MBC에서 벌어진 일은 방송장악이 아니라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고 그에 맞선 언론인들에 대한 학살이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게릴라전으로 버티고 싸웠지만 지금부터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전면전으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김 본부장은 “노동조합은 총파업이라는 합법적 권리를 동원해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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