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뗀 '네이티브 애드' 갈 길 멀다

콘텐츠와 비슷한 형식으로
광고에 대한 거부감 적지만
저널리즘 훼손 우려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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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 시대, 언론사는 트래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웹사이트 광고 단가를 높여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종이신문·방송 등 전통 광고 매출이 떨어지거나 제자리걸음인 상황. 수년간 온라인 수입원의 대세였던 배너광고마저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하자 그 대안으로 네이티브 애드가 떠올랐다.


네이티브 애드는 기사·영상 콘텐츠와 형식, 디자인, 플랫폼 기능 등은 비슷하지만 광고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 광고주의 협찬이나 후원을 명시하는 광고기법이다. 2015년 한겨레가 국내 기성 언론 가운데 처음 리스티클(listicle, ~하는 00가지 방법)형 네이티브 애드를 출고해 주목 받았다. 이후 여러 언론사가 리스티클, 카드뉴스, 멀티미디어 방식으로 네이티브 애드를 구현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전담조직 ‘이노베이션랩’을 꾸려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국내외 기업 10여곳의 네이티브 애드를 동영상, 인포그래픽, 인터랙티브 등으로 만들어 업계의 호평을 받았다. 조선일보도 VR(가상현실)을 가미한 대형 광고를 선보였다.


▲국내 기성 언론이 네이티브 애드를 시작한 지 3년. 언론사와 광고주, 학계 모두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맨 위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롯데타워)와 중앙일보(아모레퍼시픽)의 멀티미디어형 네이티브 애드, 헤럴드경제 사내벤처 인스파이어(SK하이닉스)의 광고 콘텐츠 영상.

네이티브 애드는 콘텐츠와 비슷한 형식이기 때문에 광고라는 거부감이 적다. 이용자에게 광고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어필할 수 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가 2015년 온라인 이용자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네이티브 광고 선호’ 응답(48.7%)이 ‘배너광고’(22.7%)보다 2배 이상 높았다(2015년 5월27~29일, 조사기관 마켓링크, 온라인 서베이, 응답률 16.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온다. 광고와 뉴스의 경계가 무너져 저널리즘을 훼손한다거나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아닌 기존 광고비를 빼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신효섭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은 “국내 언론에 네이티브 애드가 본격화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추가 수익을 낸다기 보다 기존 온라인 광고비를 나누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사 온라인 담당 부장도 “청탁금지법 이후 협찬사를 명시해야하기 때문에 카드뉴스형 광고에 반영하고 있다”며 “광고주가 네이티브 애드 자체에 비용을 내는 게 아니라 배너광고에 쓸 금액을 이쪽으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주들은 네이티브 애드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멀티미디어 방식의 경우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만 작동해 접근성이 낮고, 유통이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는 “네이티브 애드를 두고 언론사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로 만들어 싶어 하고, 광고주들은 성공 사례가 없으니 협찬의 일부를 떼어 주겠다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며 “언론사는 광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네이티브 애드를 개발해 광고주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언론사 광고는 투자가 아니라 기부 개념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도 기업으로부터 돈을 버는데, 새로운 광고를 고민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이미 네이티브 애드를 잘 만들고 도달률 높은 온라인 매체가 많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기성 언론에 광고할 필요 없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저널리즘 측면에서 국내 언론계가 네이티브 애드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내 기성 매체의 네이티브 애드는 저널리즘의 권위를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공신력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는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다. 저널리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저널리즘과 수익을 함께 쥐고 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헤럴드경제 기자들이 사내벤처로 꾸린 ‘인스파이어’ 팀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콘텐츠는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다. 기업의 협찬으로 제작한 네이티브 애드도 같은 시각으로 접근한다. 항공사가 투자한 영상에는 비행기 국가대표가 등장하고, 반도체기업과 함께한 콘텐츠엔 시계 장인이 나온다. 영상 속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inspired by 기업명’을 표시한다.


인스파이어 팀장인 서상범 기자는 “수익만 목표로 한다면 굳이 언론사가 네이티브 애드를 할 필요가 있나.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협찬을 받고 광고영상을 만들지만 기자로서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시선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s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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