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오랜 기간 공석이던 문재인 정부 방송통신 분야 개혁 사령탑의 윤곽이 분명해지면서 향후 방통위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언론시민단체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해직언론인 복직 등 개혁에는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미래부 존속에 따라 위축된 현 방통위의 규제력 등 한계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 교수가 이날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약 3개월 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방통위 수장의 면모가 구체화됐다. 정당 추천 몫의 방통위원들이 논란 끝에 낙마하거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방통위는 전체회의 개최 자체를 못해 왔다. 특히 이번 방통위원장 인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불거진 ‘언론개혁’의 시발점으로서의 의미도 지닌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내정자는 4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인근 임시 사무실 앞에서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방송통신 분야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밝혔다. 그는 가장 중점적으로 다룰 과제를 묻는 질의에 “공정성, 공공성을 제대로 구현하는 방송”을 꼽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해직언론인 복직 문제 역시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상파와는 달리 ‘1사1미디어렙’으로 운영 중인 종합편성채널의 직접광고영업 문제 역시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개혁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분이어서 원칙대로 갈 거라는 기대가 있다”며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경험으로) 공무원들에게 휘둘릴 걱정이 덜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용한 개혁은 있을 수 없다. 갈등을 회피하고 좋은 평가만 들으려 해선 불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현재 잔뜩 좁아진 방통위의 입지 자체가 개혁에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당초 폐지까지 거론되던 미래부가 정권교체 후 존속하면서 방통위가 규제기관으로 갖는 입지는 여전히 협소하다. 통신사와 유료방송 관련 업무는 미래부 소관이며,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 규제완화의 우선순위만 정하는 기관이 돼버린 게 현실이어서다. 문재인 정부는 문체부, 미래부의 상당 업무를 이관, 미디어위원회(가칭)를 설립하는 안 등이 포함된 정부조직개편을 내년으로 미뤄놓은 상태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방통위가 규제기관으로 가진 입지가 협소해져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애매모호하다”며 “지상파도 케이블 재전송이나 VOD 등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대부분 미래부 업무고, 방통위는 콘텐츠 단위 규제만 하면서 지상파의 규제완화 로비처가 돼 버린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이라도 업무를 회수할 수 있는 강한 드라이브가 필요한 데 할 수 있을지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 역시 “방통위는 정치력이 상실된 상태고, 현 정권에서 왜소화될 공산이 크다”며 “인터넷 장악, CJ 등의 독과점, 지역 미디어의 정책적 재구성 등 재건축해야 할 일이 많다. 문제는 정치력”이라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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