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육아 좌충우돌기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폭풍 공감’을 얻으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좋아요’ 500개는 기본, 많은 건 2400개가 넘는다. 그의 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건 단순히 육아가 힘들다는 수준이 아니라 가사와 육아의 부당함을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임 기자는 “아이를 키우니 책을 보지 않아도 세상을 읽게 되더라. 육아기간이 오래되면서 생각도 점점 가다듬어지고 있다”며 “육아를 하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분들이 글에 많은 공감을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기자의 글엔 언제든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될 수 있는 사회 구조,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냉대, 할머니·할아버지로 이어지는 육아 착취, 그런 육아 착취를 수행하면서 안도하고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부모의 문제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친정엄마나 시엄마가 애를 돌봐줄 수 있으면 ‘워킹맘’,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전업맘’, 그럼에도 버티다 떨어져 나가면 ‘경단녀’가 되는데, 나는 아직 ‘워킹맘’이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하는 사회에 화가 나더라고요. 나와 남편이 해야 할 일을 친정엄마가 해줘야 하는 사회, 가사노동을 할 시간이 없는 사회, 엄마들이 자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착취당하는 사회를 뭔가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은 최근 글에서 행동으로 이어졌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지난 11일 창립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모임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창립총회 보육 문제 브리핑과 27일 ‘정치하는 엄마들’의 광화문 1번가 오프라인 참여 기획은 그가 주도한 작업이다. “사실 아무 연고도 없이 한 번 가보자 해서 4월22일 첫 모임에 나갔거든요. 그런데 자기 얘기하면서 우는 엄마들을 보며 이런 공간이 필요하구나, 또 그냥 말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이 뭘 할 수 있을까 논의하는 모습들이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것 같아요. 발이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이라 실무진이 됐는데 8월 복귀 전까지는 어느 정도 일을 하려고 합니다.”
기사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바뀌었다. 임 기자는 복귀 후엔 단발성 기사보다 생각을 구조화해 복합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폭력 기사라면 선생님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육교사의 노동환경,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육에 예산을 썼는지 등을 연결시켜서 맥락을 보여주고 싶어요. 세상이 이러이러한데 우린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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