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원 광주MBC 기자
1980년 5·18 이후 군부의 언론 검열이 이어질 무렵, 광주 학살의 진상규명을 외치며 산화한 의인들을 취재해온 김철원 광주MBC 기자가 신간 <그들의 광주: 광주항쟁과 6월항쟁을 잇다>를 펴냈다. 지난해 5·18 특집으로 제작한 광주MBC 뉴스 기획보도와 다큐멘터리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에서 다루지 못한 뒷얘기가 담겼다. 김 기자는 50여명의 의인 가운데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 열사’ 10인을 꼽아 유족들의 증언을 통해 민주화의 흔적을 추적했다.
책은 5·18 직후 신군부가 광주를 ‘폭도들이 가득한 폭동의 도시’라며 호도할 때 “동포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광주를 알리다가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김의기 열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또 광주 시민과 학생들의 넋을 위로하며 삶을 불사른 김종태 열사, 1981년 5월 서울대에서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친 뒤 투신한 김태훈 열사,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희생으로 승화시킨 홍기일 열사, 전태일과 같은 길을 걸으며 광주학살을 알렸던 송광영 열사 등의 행적이 담겼다.
“5·18과 6월항쟁이 어떻게 연결이 돼 있는지 막연하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최근 촛불집회까지 포함해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맥락을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전 세계가 한국을 ‘한강의 기적, 경제신화’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5·18과 6월항쟁, 촛불집회까지 이어지는 민주화운동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알려졌으면 합니다.”
김 기자가 원래부터 민주항쟁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3년 우연히 12편짜리 5·18기획 <33년 전 오늘>을 맡게 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면서 1980년 이후에 1987년 6월항쟁 때까지 7년 간 당시 민주화운동을 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생각이 ‘광주의 전국화’였다는 사실을, 당시 숨겨진 의인들이 광주항쟁의 진상규명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광주 시민으로서 광주에 사는 언론인으로서 광주를 위해 숨진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한 이유다.
“일부 극우 세력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고 왜곡하려는 것을 보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많겠구나’라는 동기부여가 됐어요. ‘5·18이 계승해야 할 가치’라고 인정하는 데 아직 모든 국민이 합의하고 있지는 않잖아요. 사실 관계를 명확히 취재해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싶습니다.” 김 기자는 “새 정부가 5·18과 관련해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고, 당시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취재해서 추적할 것”이라는 뜻도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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